<논스톱> <궁s> 등 이름만 시즌제 드라마인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의 현실과 한계
만들 당시부터 시즌제를 표방했고, 연출자와 세트는 같다. 그리고 제목은 ‘비슷’하다. 이 드라마는 시즌제 드라마일까 아닐까. MBC <궁> 뒤에 ‘s’를 붙여 나온 MBC <궁s>는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 만들기의 ‘애매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정대로라면 <궁s>는 <궁 시즌2>가 돼야 했다. 그러나 <궁> 1년 뒤 등장한 <궁s>는 제목도, 캐스팅도, 심지어 제작사도 다른 작품이 됐다. 같은 건 <궁>의 제작사에서 나와 새로운 회사를 차린 <궁>의 제작진이 <궁s>도 만든다는 것뿐이다. 미국 기준에서 <궁s>는 잘 봐줘야 <CSI>와 <CSI: 뉴욕>의 관계처럼 같은 설정을 가지고 만든 스핀오프일 뿐이다. 그러나 <궁s>는 ‘한국적인’ 상황에서 시즌제와 아주 무관하지는 않다. 어쨌건 한국 최초로 최소한의 연관성이나마 가지고 ‘1년에 한 번씩’ 제작되는 드라마기 때문이다. 그건 산업적으로 시즌제 드라마를 정의하는 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미국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제작 표준이 된 것은 작품성을 위해서가 아니다. 수많은 지역 네트워크가 발달돼 있는 미국에서는 드라마 한편이 인기를 얻으면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역 네트워크에서는 재방송권을 사서 계속 방송하고, DVD 판매량은 갈수록 늘어난다. 수십년에 걸쳐 여러 시리즈를 방영한 <스타트랙> 같은 작품은 그 사이 생긴 광범위한 마니아들 덕에 아직도 막대한 수익을 거둔다. 그러나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3개 공중파 방송사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방송계에서 재방송권 수익은 본방 시청률을 통해 얻는 수익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고, DVD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에 밀려 고사 직전이다. 반면 <궁s>가 세트에 배의 제작비를 투자한 것처럼 시즌2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투자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스타가 된 전편의 연기자들은 더 많은 출연료를 요구한다. 첫 시즌에서 무명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던 <프렌즈>의 출연진들은 마지막 시즌에서 편당 100만달러가 넘는 출연료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드라마가 아무리 인기있어도 주연배우에게 편당 몇억원의 돈을 줄 수는 없다. 배우 입장에서도 한번 스타가 되면 여러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변화시켜가며 편당 몇억원씩 받을 수 있는 CF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는 것이 이익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시즌제 드라마는 MBC <논스톱>처럼 쉴새없이 제작되면서 출연진만 바꿔 새 시즌을 시작하거나, MBC <안녕, 프란체스카>처럼 인기를 얻은 작품을 제작진이 바뀐 뒤에도 그대로 끌고 가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만 존재했다. 마니아 팬들이 아무리 시즌2를 원해도 본방 시청률도 낮고 DVD도 팔리지 않는 드라마를 또 방영할 방송사는 없다. MBC <소울메이트>는 주연을 신인으로 캐스팅하면서 시즌제에 대한 준비를 했고, MBC <변호사들>과 MBC <달콤한 스파이>는 모호한 엔딩으로 시즌제를 염두에 뒀지만 낮은 시청률로 인해 시즌2 제작이 요원하다. 한국에서 미국과 같은 형태의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되는 작품은 손예진과 설경구가 출연하는 <에이전트 제로>밖에 없다. 하지만 <에이전트 제로>가 성공해도 그것이 한국 시즌제 드라마의 표준이 되기는 힘들다. 산업적인 여건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궁s>처럼 전작에서 한류시장의 검증을 받아 다른 드라마보다는 좋은 수익 구조를 가진 작품도 결국 시즌제 아닌 시즌제가 됐다. 산업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 시즌제는 말 그대로 ‘한국적인’ 시즌제가 될 것이다. 정말 수익을 보장받은 선택받은 몇편의 작품만 시즌제로 제작되고, 그중에서도 1년에 한편씩 몇년 동안 제작된다는 시즌제의 기본적인 조건이나마 겨우 지키는 작품들이 많을 것이다. 시즌제 드라마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셈이다. 드라마 산업에서 돈이 보장된 뒤에 완성도가 따르는 경우는 많아도 그것이 뒤바뀐 예는 거의 없었다. 물론, 시청자 입장에서는 대체 왜 그러면서까지 시즌제 드라마를 봐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니면 드라마 DVD라도 열심히 구입하는 수밖에. 예전부터 제작사를 움직인 건 팬들의 서명운동이 아니라 그 팬들이 작품에 쏟아부은 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