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통속소설이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그랬듯 단순히 도덕이라는 잣대로 재기 힘든 한 여자의 삶과 그 속내를 섬세하게 발라낸다. 그리고 묻는다. ‘편견이 아닌 도덕이 있을까?’ 거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는 주인공 에쓰코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의 문제를 기가 찰 정도의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풀어간다.
에쓰코는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다. 에쓰코의 남편 료스케는 장티푸스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이미 상당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는 아내에게 여자 관계를 숨기는 정도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한 마음이 든 에쓰코가 두 번째로 음독을 시도하려한 날 밤 남편은 병이 드는데, 며칠이 지나 장티푸스임이 밝혀져 병원에 갔을 때 남편은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신혼 이후 처음으로 에쓰코는 행복을 맛보지만, 남편의 여자들이 하나씩 병원에 나타나고, 마침내 그는 죽는다. 남편이 죽은 뒤, 에쓰코는 남편을 보살피던 격리병동 같던 시골 마이덴 마을의 시아버지 집으로 가서 시아버지, 남편의 형 겐스케 부부, 남편의 동생 유스케의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산다. 하지만 기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애인이다. 목욕하다 쇄골에 물이 고이면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바싹 마른 깐깐한 시아버지와 그녀 사이는 집안 식구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쓰코는 농사를 돕는 열여덟살 일꾼 사부로에게 마음이 가 있다. 그 사실 역시 집안 식구들이 다 알고 있지만 에쓰코는 언제나 침착하려 하고, 사부로는 눈치조차 못 챈다. 어느 가을 저녁날의 축제날, 마을 젊은이들이 반라로 사자의 머리를 든 행렬을 이끌고 있었다. 에쓰코는 그 가운데 있는 사부로를, 사부로의 눈동자에 비친 화톳불을 본다. 에쓰코는 겐스케 내외와 떨어져 군중 속에 파묻히고, 사부로의 맨 등을 만지는 데 성공하지만 그날 그녀는 하녀 미요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에는 무슨 일이나 가능할 것 같은 순간이 몇번 있는데, 사람들은 아마 그 순간 보통 때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것이다. 그것들이 일단 망각의 심연에 가라앉은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살아나 세계의 고통과 환희의 놀랄 만한 풍요로움을 다시 우리에게 암시한다. 그러나 운명적인 이 순간을 피하는 것은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나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봐버리는 불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에쓰코가 시아버지와 더불어 두 물체 같은 무표정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 삶의 화톳불에 눈이 머는 순간으로 에쓰코를 치밀하게 몰아넣는다. <사랑의 갈증>은 누구나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누구나 그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마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관찰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