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자이자 소피아 로렌의 남편이었던 카를로 폰티(94)가 폐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세상을 떴다. 로렌의 조카 알렉산드라 무솔리니는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소피아는 계속 그의 곁에 머물렀다”며 <로이터통신>을 통해 밝혔다. 그가 제작한 140여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아카데미영화제 최고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1954). 데이비드 린의 <닥터 지바고>(1965),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1966), 시드니 루멧의 <심판>(1982)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밀라노 출생답게 펠리니, 안토니오니, 조지 P. 코스마토스 등 이탈리아 감독들과 자주 협력한 점도 눈에 띈다. 평화로웠던 마지막 순간과 달리 폰티의 삶은 갖가지 사건들로 점철된 극적인 것이었다. 특히 소피아 로렌과 만나서 결혼하는 과정에서 그는 온갖 추문과 구설수에 휩싸여야 했다. 폰티가 25살 연하의 로렌을 만난 것은 1950년 즈음. 사랑에 눈먼 폰티는 아내 기우리아나와 이혼한 뒤 1957년 로렌을 아내로 맞이했다. 이탈리아의 엄격한 이혼법과 가톨릭 교회는, 그러나 불운한 이 커플을 용서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부부로 인정받기 전까지 그들은 중혼죄와 불륜의 멍에를 짊어진 채 망명자처럼 생활해야 했다. 이 밖에도 폰티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반독일적인 영화를 제작한 혐의로 구금되는가 하면 그가 제작한 <로마여 영원하라>(1973)가 교황 피우스 12세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법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로렌의 품을 떠나 하늘에 안긴 그가 영원히 평온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