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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사저널 사장님께 배울점
김소희(시민) 2007-01-15

나 지금 떨고 있다. 이거 썼다고 <시사저널> 금아무개 사장님한테 고소당하면 어쩌나. 고경태 전 <한겨레21> 편집장도 지난해 ‘자매지’에서 벌어진 일에 놀라 자매애 물씬 풍기는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으로 민·형사 고소당해 해 바뀌도록 재판정에 불려다니고 있는데 말이다(사장님, 저는 젖먹이 때문에 재판 받으러 못 다니거든요). 그분, 언론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내공을 자랑하신다. 지난해 6월 달랑 두 페이지짜리 삼성 관련 기사를 마음대로 인쇄소에 연락해 빼버리고 이에 항의하는 편집국장을 잘라버리시더니, 줄줄이 기자들 정직 먹이고 편집권 독립을 위해 파업한 기자들을 대신해 급기야 1월8일 깔린 <시사저널>을 혼자 만드셨다. 아니지, 편집위원으로 급조된 사장님 친구분들이 다 만들게 했다.

사장님이 과거 몸담으셨던 <중앙일보> 출신들이 주축인 이 삼성-중앙 인력들은 오탈자가 널리긴 해도 아주 독특한 잡지를 내놓았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인터뷰는 평소 <시사저널>이면 볼 수 없는 질문으로 시작됐는데, 진지한 세태 걱정이 그 어느 시추에이션 개그보다 웃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류 아저씨 왈 우리 사회는 “품위냐 저질이냐”로 구분해야 한다는데, 이번호 <시사저널>이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었던 난… 역시 저질이다). <시사저널> 노조는 대체투입으로 잡지를 만든 금 사장님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려 한다지만, 극적 상상력을 발휘해 전직 언론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로 노동부에 품신부터 올려야 하지 않나 싶다. 판매국에 독자 항의가 빗발쳤다 해도 이 ‘희귀본’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가판대에선 동이 났단다. 사장님은 시사주간지 시장의 위축을 그 무엇보다 염려하셨던 게 틀림없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펜대를 놓은 건 창간 뒤 만 18년 만에 처음이다. IMF 때 월급 한푼 없이도 일년 반을 버티며 잡지를 만들었는데 말이다. 성과급 삭감에 항의해 연초부터 소화분무기 난사한 현대차 노조원들은 <시사저널> 노조원들에게 싸움은 어떻게 하는 건지 배웠으면 좋겠다. 아, 거꾸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