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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 최고다 <허니와 클로버>
강병진 2007-01-10

원하는 것만 하면 된다. 그게 청춘의 특권이다

“나는 벚꽃을 좋아한다. 하지만 왜일까? 꽃이 지고 나면 안심이 된다.” 어디 벚꽃뿐이랴. 청춘도 마찬가지다. 다케모토(사쿠라이 쇼)를 비롯해 같은 미술대학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은 모두 찬란한 봄이 버거운 청춘들이다. 20대의 그들은 ‘인형의 꿈’을 꾸고 있다. 마야마(가세 료)는 연상의 건축디자이너를 짝사랑하다 못해 스토커에 이르렀고, 야마다(세키 메구미)는 그런 마야마의 등만 바라봐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곤 한다. 다케모토 또한 그림에 빠져 있는 하구미(아오이 유우)의 얼굴에 날리는 벚꽃을 보며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청춘이라는 적시적소의 시기에 찾아온 사랑이 다케모토에게만 달콤할 리 없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학교를 떠나 있던 모리타(이세야 유스케)가 돌아온 뒤 그와 하구미는 서로의 재능에 호기심을 느끼며 가까워지기 시작하고, 이미 하구미의 좋은 친구가 되어버린 다케모토는 그들을 바라보며 고백을 삼킨다.

영화 <허니와 클로버>는 우미노 지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10권으로 완결된 원작을 약 두 시간 동안 훑어가면서도 원작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145cm 단신에 빵빵한 볼을 가진 하구미를 아오이 유우가 연기한다는 사실을 예외로 친다면 종이 위의 캐릭터들이 눈앞에서 살아 숨쉬는 경이로움은 충분하다. 하지만 예술과 사랑은 물론이고 청춘 이후의 현실적인 고민까지 드러내던 원작과 달리 영화는 짝사랑이란 소재로 빚어낼 수 있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이어가는 데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등뼈가 휘었다”, “고마워” 등 별뜻없는 말들이 복창되고, 방향이 다른 사랑을 하고 있던 두 남녀가 결국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우주최강의 콤비”로 거듭나는 모습들은 웃음과 함께 슬픔을 내보인다. 영화는 또한 사람에 대한 사랑을 예술에 대한 사랑과 동일시하며 현실적인 고민을 제쳐놓는다. 서로의 예술세계에 대한 교감으로 끌리기 시작한 모리타와 하구미는 “왜 그림을 그리는 걸까?”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눈다. 영화 속에서 이 질문은 곧 “왜 그를 사랑하는 것일까?”란 질문과 같은 해답을 찾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허니와 클로버>는 별다른 과정없이 ‘그저 하고 싶은 걸 하면 된다’는 이상적인 결론을 맺을 뿐이다. 원작에 비해 다소 빈약해진 영화의 결론을 그나마 수긍할 수 있는 이유는 극중 다케모토의 외침일 것이다. “청춘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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