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커졌지만 체력은 형편없다. 2006년 한국영화가 받은 진단이다. 아이엠픽처스의 2006년 한국영화 시장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전년대비 개봉편수는 24.1%, 관객동원은 15.8% 증가했다. 문제는 편당 관객동원율이 27만5319명으로 2005년에 비해 6.7% 감소했다는 것. 2000년 이후 2002년의 22만3천명 다음으로 저조한 성적이다. 2004년을 정점으로 2년째 감소한 편당 관객동원 수치는 멀티플렉스 확산을 감안하면 고약한 적신호다. 108편으로 급격히 늘어난 개봉편수가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2004년 평균제작비가 42억원, 2005년 영진위의 국정감사 제출자료에는 39억9천만원으로 기록됐고, 순제작비 100억원 내외의 대작이 늘어난 현실을 고려할 때 2006년 한국영화 1편당 평균제작비는 40억원 중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급비용과 붕괴된 부가판권 시장을 감안할 때 전국 관객 180만명이 손익분기점. 통상 1 대 2 혹은 2.5로 산정되는 서울과 지방 관객 비율을 생각하면 올해 편당 평균 전국 관객은 1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봉영화 중 손해를 입지 않은 영화는 이월작 <왕의 남자>를 포함해 21편으로 추산된다. 한국영화 역대흥행 2위 <왕의 남자>를 개봉기준으로 2006년 작품에서 제외하면 산업적 결과는 더욱 참혹하다.
또 하나의 불안요소는 흥행 양극화다. 올해 개봉한 <괴물> <왕의 남자> <타짜> <투사부일체>는 한국영화 역대흥행 1, 2, 7, 9위를 차지했다. 네편이 동원한 관객만도 서울 1053만명, 전국 3821만명에 달한다. 네편을 제외하고 104편의 평균 서울 관객을 산출하면 18만4600명에 불과하다. 대작 중심의 흥행 양극화 현상은 앞으로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위탁배급과 합병으로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인 직배사 영화의 성적표도 흥미롭다.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에도 2006년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60.6%를 기록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직배사는 2006년 전년대비 10.3% 감소한 70편을 개봉했고 관객동원은 0.7%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편당 관객동원 수는 20만3400명을 기록해 2005년보다 12.2% 상승했다. 물량은 줄었지만 수익은 늘어난 것. 관객동원과 개봉편수는 급증하고 편당 관객동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세인 한국영화와는 대조적인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