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업고 동네 공원을 어슬렁거리면 늘 한두명의 외국인(영어민)들을 만난다. 영어교육 열풍 탓이다. 표정을 보면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나 됐는지 짐작이 간다.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웃으면 최근 들어온 사람이다. 눈을 마주치되 웃지 않으면 6개월가량,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 1년 이상 산 사람일 게다. 심지어 남의 눈길을 집요하게 피하는 이도 있는데 몇년쯤 산 사람이 틀림없다.
무표정하고 웃지 않으며 절대 인사를 안 하는 국민 특성 탓인지 누가 누구네 집에 인사 갔는지가 뉴스다. 한참 남은 대선이 경쟁보도를 넘어 경마보도로 치닫는지라 대선 주자들이 연초 누구한테 인사 갔는지를 온 국민이 아는데, 상도동·동교동·연희동 올드보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물태우 아저씨는 건강이 안 좋다던데 인사에서도 물먹었다), 뻔한 슬랩스틱 개그가 넘치는 가운데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이 발군의 시추에이션 개그를 보여줬다. 원 의원은 전두환씨네 집에 가서 둘이 엉거주춤 맞절하는 장면까지 연출해, 전씨가 집권하던 80년대 초 어느 겨울 제주도 귤값을 폭등시킨 이래 가장 많은 눈길을 끌었지 싶다(제주 출신인 그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 비결을 묻자 “제주 감귤 덕”이라고 말해 수많은 제주도민들의 한을 풀어주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신년인사회를 열어 한국의 대처가 돼 한국병을 고치겠다고 (영국인들에게) 인사했고, 여론조사 1등을 먹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하 생략하겠다. 재미없을 뿐 아니라 길기까지 한 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 과천정부청사에서 공무원들과 신년인사를 겸한 오찬을 하며 밥 다 식도록 혼자 떠들었는데, 이 자리에서 “불량상품”과 “흉기”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론을 씹었다. 그가 가장 불량하게 생각하는 ㅈ일보의 안병훈 전 부사장이 박근혜 캠프로 간 것에 대해 ㅈ일보 윗분들이 인사도 안 할 정도로 마음이 흉흉하다고(밤의 대통령을 이미 배출한 집안에서 낮의 대통령도 될까 말까한 사람 밑에 들어간 게 영 못마땅하겠지) ㅈ일보에 다니는 한 친구가 신년인사를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