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연말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돼서도 (과한 표현이) 변해지 못해 탈”이라고 했을 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에서 했던 ‘격정토로’ 중 거친 표현들을 사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를 향한 공격을 그동안은 참았지만) 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한 수사였다. 작정한 듯 다음날 부산에서 “부동산 정책 말고는 꿀릴 게 없다”, “내가 막말을 잘한다. 그러나 좋은 말도 많이 한다”고 했다. ‘황우석 쇼’의 스탭이었던 박기영 전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새로 위촉한 50명의 정책기획위원에 포함시키고서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이) 아침저녁으로 관점을 바꿔가며 (나를) 두드린다”고도 했다.
싸우면서 닮는다더니 청와대를 “두드리는” 신문과 똑같은 짓을 ‘청와대 브리핑’이 저질렀다. 대통령의 민주평통 발언 전문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내용을 짜깁기하고 표현도 바꾼 것이다. 청와대 브리핑은 (“하여튼 실패한 인사”라던 고~건 빼고라도) “군대 가서 몇년씩 썩히지 말고”는 “군대에서 몇년씩 근무하지 말고”로 바꿨고, “미국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가지고 미국 엉덩이 뒤에 숨어서 형님 형님 형님 빽만 믿겠다”에서는 바짓가랑이, 엉덩이, 빽 등의 단어를 뺐다. (“거들먹”거린다고 했던) 전직 장성을 향한 “심심하면 사람한테 세금 내라 하고 불러다가 뺑뺑이 돌리고 훈련시키고” 대목은 “예비군 훈련까지 다 받고 세금도 냈는데”로 뜯어고쳤다. 청와대는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고 명확한 전달을 위해 일부 군더더기와 반복 부분을 뺀 것이라고 해명했다. (왜곡된) 언론 보도만 믿지 말라며 ‘사실 보도’를 위해 올린 글에서였다.
일주일간 논란이 된 대통령의 말만 고르니 해석이고 비판이고 할 틈 없이 지면이 꽉 찬다. 지난주 ‘말말말조심’의 마무리 노래를 새해 제목으로 고쳐 달면서 마쳐야겠다. 참, 스캔들 난 연예인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은 악플도 떼플도 아니란다. 무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