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아프리카 출신인 당신에게 이 영화는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자이몬 혼수 : 시나리오를 처음 읽자마자 에드워드를 당장 만나 그가 머릿속에 솔로몬으로 점찍어두고 있는 배우가 누군지 묻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일이 잘 풀려 내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어린 마음에 언젠가 내 아래에 군대를 둘 만큼 돈을 많이 벌어 부패한 관리들을 응징하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궁극적으로는 아프리카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을 꿈꾸어왔던 것 같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촬영이었지만, 그렇게 힘든 동시에 아프리카인인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는 또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어렸을 때 아프리카를 떠났지만, 거기서 태어났고 여전히 친척들이 그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방문하곤 한다. 그때마다 아직도 여러 가지 다른 정치적, 경제적 이유들로 분쟁 중인 지역을 지나가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아프리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곤 했다. 책임감도 느꼈고….
원래 초안과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나오게 되었는데,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 대해 말해 달라. 찰스 리빗 : 원래 워너브러더스에서 의뢰했던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희귀 다이아몬드를 찾아나선 두 백인 남자 이야기였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분쟁 다이아몬드’의 모든 측면에 대해 빠짐없이 자료를 취합하고 연구하면서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에서 살아가고 있는 실제 아프리카인에 대한 이야기, 아프리카의 진실에 관한 이야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전에서 살아남은 수많은 아프리카 난민들의 실제 사연들 속에서 솔로몬이라는 캐릭터를 뽑아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솔로몬의 이야기이다. 영화가 잔인하다는 평이 있는데, 영화가 현실을 많이 걸러낸 편이다. 상상할 수 없는 파괴행위가 인간의 탐욕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실은 이 영화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끔찍하다.
후반에 가면 대니와 매디의 로맨스가 삽입된다. 전체 내용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나. 찰스 리빗 : 그 부분은 감독이 추가한 부분이다. 영화가 숨쉴 틈 없이 달려가기 때문에 짧은 로맨스를 넣어 호흡을 고르려 한 것 같다.
남아프리카 용병 출신의 밀수꾼 대니 아처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준비했나. 악센트 구사도 쉽지 않았을 텐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우선 일찌감치 아프리카로 가서 남아프리카 전직 용병 출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악센트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용하는 군대 용어나 행동, 사고방식을 체화하려 노력했다. 담배를 빌릴 때 어떻게 말하는지, 술은 어떻게 마시는지, 나아가 그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한지 등등.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애정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현실에 대한 실망, 회의 등 서로 상반된 감정들을 함께 품고 있다. 대니 아처는 아프리카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 백인 남자이다. 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스스로의 기원을 부정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땅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렇기에 그에게는 다이아몬드가 너무나 필요하다. 감정이 개입될 만한 기회는 미리 차단해가며 살아온 그는 다이아몬드 때문에 함께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과의 시간을 통해 조금씩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결국 더이상 부인할 수 없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부정하던 그 붉은 대지의 일부분이 되고 마는 인물, 그게 내가 해석한 대니 아처이다.
<블러드 다이아몬드>는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혹자는 아프리카의 피가 묻은 다이아몬드라고 해서 다이아몬드를 구입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는데…. 에드워드 즈윅 : 다이아몬드를 구입하고 향유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개인의 선택에 있어 사전에 제대로 된 정보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앞에 높여 있는 소비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오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결국 세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다이아몬드 하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