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관의 살인> 상, 하 아야쓰지 유키토 글/ 사사키 노리코 그림/ 삼양출판사 펴냄
<월관의 살인>은 추리소설가 아야쓰지 유키토가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가 사사키 노리코가 그림을 그린 추리물이다. 아야쓰지 유키토는 신본격 미스터리 작가로, 밀실살인을 주제로 한 <십각관의 살인> <시계관의 살인>을 비롯한 ‘관’ 시리즈를 쓴 작가다. 집요하게 밀실 트릭을 파헤치는 그의 소설들은 <소년탐정 김전일>과 같은 추리만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월관의 살인>은 그의 소설을 각색한 게 아니라 만화의 스토리를 만화가와 함께 구상한 작품이다. 사사키 노리코는 <못말리는 간호사>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등 코믹한 터치의 만화들을 그려왔다. 그래서 <월관의 살인>은 코믹한 터치의 미스터리물이 되었다.
여고생 소라미는 단둘이 살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대학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어느 날 그녀 앞에 한 변호사가 나타난다. 변호사는 그녀에게 외할아버지가 있었다면서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소라미는 철도혐오자인 어머니 때문에 단 한번도 기차를 타본 적이 없지만,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월관행 겐야호에 오른다. 기차에는 7인의 승객이 타고 있는데, 소라미는 여행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승객 모두가 철광, 즉 철도에 관한 모든 것을 수집하고 모으는 철도광들임을 알게 된다. 얼마 뒤 사립탐정이자 철광이었던 히오키가 기차 안에서 살해된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이내 이 살인극은 소라미의 할아버지를 비롯한 월관의 사람들이 피해자가 되는 연쇄살인으로 번지고, 달리는 기차라는 밀실은 깨진다.
사사키 노리코가 참여했기 때문인지 철광들이 등장하는 대목들에선 심심찮게 웃음이 터진다. 사사키 노리코의 유머감각은 기계적인 트릭에만 몰두해 인간적인 맛이 떨어지기도 하는 아야쓰지 유키토의 단점을 보완한다. 상권에서는 다소 어색했던 두 작가의 호흡이 하권에서는 더 매끄러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철도 관련 서적들을 참고해 그린 일본 철도들과 기차 소품 등은 이야기의 한축을 이루는 철광 이야기의 이해를 돕는다. 철광이 떼로 등장하는 설정은 초반에 이야기를 늘어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보이지만, 하권에 이르면 소라미가 심리적인 밀실을 느끼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철광의 등장에 있음을 알게 된다. 철도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상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사건을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소라미의 악몽이나 범인의 기괴함은 역시 아야쓰지 유키토의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야쓰지 유키토가 이미 <십각관의 살인>에서 털어놓았던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오마주는 <월관의 살인>에 다시 등장한다. <오리엔트 특급살인>으로 보였던 사건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변했다가 제3의 결말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월관이 ‘철도관’이라고도 불린다는 극중 언급은, <월관의 살인>이 엄연한 관 시리즈의 연장으로 읽혀도 좋다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