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8일, 할리우드 5대 메이저 영화사인 컬럼비아, 디즈니, 파라마운트, 이십세기 폭스, 유니버설이 해적판 DVD를 판매한 소매업체를 상대로 승소했다. 미국영화산업협회(MPA)의 발표에 따르면 피고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우주전쟁> 등 5개 영화사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영화 16편의 불법 DVD를 유통한 베이징의 유하오칭 DVD점과 모기업인 베이징 센트리 하이홍 무역회사로, 이들이 원고쪽에 입힌 총피해금액은 6만달러에 달한다. 이에 베이징 제2중간인민법원의 송광 판사는 불법 DVD 판매 중지와 함께 피해보상비 약 2만1천달러를 원고 측에 지불할 것을 명령했다. MPA의 대변인 로베르토 드 비도는 이번 결정에 대해 “거대한 산을 오르기 위한 작은 발걸음”이라고 말했고, MPA 부회장 프랭크 리트먼은 “사람들에게 저작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MPA는 2002년과 2003년에 걸쳐 해적판 DVD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총 10건의 소송을 제기해 모두 유리한 판결을 받았다. 또한 중국 정부는 최근 미 재무장관의 베이징 방문과 동시에 해적판 박멸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재판 결과 및 불법 DVD와의 전쟁이 ‘해적판 천국’ 중국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 영화사들의 입장이다. 북미지역 및 유럽 개봉과 거의 동시에 1달러짜리 고화질 해적판 DVD가 베이징 시내에 깔리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이 접하는 영화의 93%가 불법 복제물이며 이로 인해 미국 스튜디오들은 2005년 한해에 16억3천만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다는 보고가 있다. 리트먼은 발표문에서 “외국영화 극장배급을 중단시키는 각종 부담과 극장 개봉 쿼터가 해적판의 대량 유통을 부추긴다”며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중국의 영화시장 자체를 문제삼았다. 시장 개방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영화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휴일과 성수기의 해외영화 개봉을 제한하고, 연간 20편의 해외영화만을 개봉하도록 규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