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입니다. 그래선지 요즘 영화제나 시상식에서는 ‘정치적’ 발언이 심심찮습니다. 청룡영화상도 그랬고, 거슬러 춘사영화제도 그랬습니다. 근데 말입죠. 이왕 하는 정치적 발언이라면 강신성일 구명이나 박정희 추모가 아니라 ‘FTA 반대’ 이런 게 더 근사하지 않을까요.
“강신성일 구명 운동은 정말 납득이 안 된다. 강신성일이 아니라 나운규라고 해도 봐줘선 안 된다. 정치자금이라면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겠다. 원래 판이 그러니까. 근데 이권 개입으로 뇌물받아서 감옥 갔다. 누군가는 그분이 순박한 사람이고 고령이고 형기도 다 채웠다고 한다. 근데 이게 인정에 이끌릴 문제인가. 영화계가 나서서 서명하고 탄원해야 할 문제인가.” 영화계 안에도 눈물나는 일 많다고 여기는 제작자 J씨.
“정아무개씨가 영화계 대표라도 되나. 시상하러 나왔으면 시상하면 되는 거지. 윤아무개씨는 그래도 이해가 간다. 몇 십년을 같이 해온 사람이니까. 근데 정아무개씨는 뭔가. 평소에는 원로 영화인들에 대해 별반 관심도 없으면서 그런 공개석상에서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위선을 드러내는 것밖에 더 되겠나.” 앞뒤 봐가면서 나서야 물러설 데가 있다고 믿는 마케터 L씨.
“구명 호소는 둘째치고. 영화인들이 약속을 좀 지켰으면 좋겠다. 안티조선 한다면서 취재도 거부하겠다, 시상식도 불참하겠다고 한 지가 언제인가. 안티하겠다고 할 때는 목소리 높이고 화해할 때는 쉬쉬하고. 아예 그런 안티면 하지도 말라.” 한때 영화인 안티조선 서명에 참여했다가 ‘니가 영화인이냐’고 핀잔먹었던 기자 P씨.
“춘사영화제 때도 한 영화인의 박정희 찬사로 시끄럽더니만. 요즘 보면 영화계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세력들이 있는 것 같다. 1년 뒤면 정권 바뀌고 우리가 영화계 접수한다는 흑심을 가진 이들이 몸을 풀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영화계에 무슨 이권과 패권이 있다고. 그렇게 쌍심지 켜고 달려드는 이들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오싹하다.” 자리 하나 꿰차지 못했어도 하나도 아쉽지 않다는 제작자 H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