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제에서 윤정희 아줌마가 복역 중인 신성일 아저씨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내년이면 5년형의 절반이 넘어 가석방도 가능하므로 영화 100편 이상 같이 찍은 동료로서 영화인들의 행사에서 할 만한 말이었다는 주장과, 국회의원 할 때 뇌물받아 죗값을 치르는 중인데 아무리 인간적인 호소라도 공중파 생방송에서 그런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내 보기에 더 논란이 될 건 사회자 정준호씨의 “후배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고생하는 그분을 돕자”는 말이다. 프롬프터 자막이 아니라 애드리브 같았는데 (웃길 게 아니라면) ‘엄정한’ 사회자 멘트로는 부적절했다. 물론 신성일 전 의원이 뇌물 액수만큼 추징금을 내고 “마누라가 한 일”이라거나 “정치적 음해”라고 뻣대지 않은 채 조용히 들어가 ‘엄정한’ 법집행을 받고 있는 것은, 그나마 배우 출신으로 ‘품위’를 지킨 것이라 믿고 싶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의 발언과 과오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 되는 건, 영화(제) 속에서나 가능한 모양이다. 개방형 이사제 폐지를 위한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을 한 목사들에게는 “아예 개종을 해라”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거 ‘고난받는 이들의 벗’이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마저 ‘놈현 정부 아래 고난(!)받는’ 재개정파쪽에 가세했다. 이들의 절충안은 개방형 이사 추천을 학교운영위나 교수평의회 말고, 건학이념(선교활동)을 살리게 재단이 속한 종단에서 하자는 거다. ‘하던 대로 마음 편히 해먹게’ 하자는 말이다. 사학의 뻣대기로 제대로 시행도 안 되고 있는 현 사학법 시행령은 개방형 이사의 자격을 학교 정관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관에 종단 관계자로 이사 자격을 두면 된다. 이 단순한 걸 전교조에 학교가 접수된다느니 사탄이 득세한다느니 하는 건, 그야말로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던지는 격이다.
멘트를 확인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윤정희는 젊은 탤런트가, 신성일은 영어학원이 떴다. 이렇게 한 시대도 가는구나. 둥근 새해가 떠오르면…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이를 닦자. 그리고 웃니 아래 다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