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낄낄 웃다 보니 과학이 이해된다!
이다혜 2006-12-21

<갈릴레오의 손가락> 피터 앳킨스 지음/ 이레 펴냄

<갈릴레오의 손가락>은 유머러스한 과학교양서다. 옥스퍼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피터 앳킨스가 쓴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과학의 10가지 위대한 착상들’을 다룬다. 수학과 과학 과목들에 능숙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과학’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려버릴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전문적인 설명과 유머를 적절하게 혼합했다. 응용이라는 거대한 참나무로 자라는 착상의 도토리 10알을 모아 책으로 써낸 것이다. 진화·DNA·에너지·엔트로피·원자·대칭성·양자·우주론·시공간·산술은 각기 분리된 장으로도 읽히지만 생물학에서 수학까지의 순서는 산등성이를 오르듯 점진적인 이해를 돕는다. “시공간을 가로질러, 추상화의 극치인 수학이라는 산마루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에서 시작, 익숙한 개념, 그리고 개념들간의 상호관계에 이르는 설명은 전문적이지만 또한 이해하기 쉽다. 앳킨스가 비유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해밀턴을 인용해 수컷의 화려한 외모는 건강함의 표시라고 해석된다고 설명한 뒤, “따라서 암컷이 수컷의 외모를 찬찬히 뜯어보는- 인간이라면 ‘사랑에 빠진’ 눈길이라고 할 만한- 행위는 의사가 진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부연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이 중요한 발견을 놓고 이전투구했던 과학사의 뒷이야기나 과학자들이 역사에 남을 발견을 하게 된 피치 못할 이유들도 재미있다. 다윈의 뱃멀미와 멘델의 아름답지 않은 정원에 대한 이야기로 웃다 보면 시공간 문제와 산술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문제인 생물, 즉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 정신의 최고의 산물인 수학이 자연을 묘사하는 데 왜 그렇게 최고로 적합한 것일까? 어떻게 절대적인 무(無)는 강력한 공집합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에 대해 “아직까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는 없었지만 만약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피터 앳킨스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다”라는 추천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