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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에 대한 사실적 고찰

<인력자원부> EBS 12월23일(토) 밤 12시

노동문제를 영화의 화두로 삼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로랑 캉테는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와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로랑 캉테는 “나는 질문은 던지지만 대답은 주지 않는다. 또 어떤 사회적 그룹과 그 안에 속한 개인 사이의 갈등이 나의 주된 관심사다. 노동자 계급을 택한 건 그런 갈등이 더 부각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영화를 켄 로치 영화와 구분한다. 켄 로치가 하층 계급의 삶에 직접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선언한다면, 로랑 캉테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대안없는 현실을 별다른 희망의 가능성조차 없이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는 투쟁의 의지도, 변혁의 가능성도 없어서 때때로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떠올린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사실적’인 태도인지도 모른다.

<인력자원부>는 20대 초반의 엘리트 프랑이 아버지가 30년 동안 근무한 공장의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순간에서 시작한다. 물론 프랑은 인턴이기는 하지만, 관리부서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이고 아버지는 블루칼라이다. 문제의 발단은 프랑이 자신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주당 35시간 근무제가 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시스템임을 알게 되면서다. 회사의 보수적인 경영진들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갈등하던 프랑은 결국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길을 택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프랑과 경영진들 사이의 대립뿐만 아니라, 프랑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동자 아버지와의 갈등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노조에 승리를 안겨주거나,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해주는 대신, 파업의 결과조차 불명확한 순간에 끝내버린다.

로랑 캉테는 영화의 배경을 집과 공장으로 철저히 제한하고 정서를 자극하는 음악이나 대사를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 다수의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관계를 축으로 두면서도 극적인 충돌의 지점에 의존하지 않는다. 영화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냉정하게 유지된다. 로랑 캉테는 두 번째 영화인 <타임아웃>에서도 해고당한 남자가 끊임없는 거짓말로 상상적 세계를 만들어낸 뒤, 결국 시스템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여준다. 30대 후반에 데뷔한 로랑 캉테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아무런 기교도, 여과장치도 없지만, 그 시선만은 대쪽처럼 올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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