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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충실한 예수 탄생 이야기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
최하나 2006-12-20

성경에 충실한, 영화적으로는 지루한 예수 탄생 이야기.

기독교와 영화, 그 동거의 역사는 길다. <십계> <왕중왕> 등의 고전부터 파졸리니의 <마태복음>, 스코시즈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 등 수많은 작품들은 때로는 종교계의 찬사에, 때로는 비난에 직면하며 그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종교적 소재가 할리우드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때문일 것이다. 2년 전 숱한 논란 속에서도 <패션…>은 미국에서만 3억7천만달러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종교영화도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한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은 예수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서틴>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하드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웨일라이더>로 주목받은 케이샤 케슬 휴즈가 마리아 역을 맡았다.

기원이 시작될 즈음, 헤롯 왕의 가혹한 통치에 신음하는 유다 지방에는 메시아의 도래를 노래하는 예언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부당한 세금 징수에 허덕이던 가난한 집안의 딸 마리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목수 요셉과 결혼하고, 곧이어 천사로부터 성령에 의해 메시아를 잉태할 것을 계시받는다. <네티비티…>는 익히 알려진 성서 속 예수 탄생의 과정을 고스란히 밟아나가지만, 이야기의 방점은 마리아와 요셉, 두 젊은 남녀의 만남과 갈등 극복에 찍혀 있다. 감독은 이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또래들과 깔깔대며 어울리고 결혼 소식에 마냥 뾰로통해지는 마리아는 성녀라기보다는 철없는 소녀이고, 임신한 채 나타난 마리아에게 고함을 지르며 분노하는 요셉은 보통 남자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막상 베들레헴으로의 여정에 들어서면서 영화는 경직되며 활기를 잃기 시작한다. 성경 구절을 읊조리며 교과서적인 전개로 하염없이 이어지는 마리아와 요셉의 여행길은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기엔 시각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지나치게 밋밋하다. 지루함을 인식한 듯 영화는 동방박사의 캐릭터를 코믹하게 설정해 웃음을 자아내려 하지만, “내 베개 없이는 아무 데도 못 가”류의 억지스러운 대사 탓에 되레 역효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성탄을 맞이해 예수 탄생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겠으나, 크리스천이 아닌 일반 관객에게 호소하기에 <네티비티…>는 그 깊이도, 흥미도 충분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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