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해본 지 5년이 넘은 서른두살의 미혼여성 최미자(예지원)는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는 성우다. 그녀는 선배의 추천으로 모처럼 고정배역을 얻지만 단역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해 나이 어린 지현우 PD(지현우)에게 날마다 구박을 받는다. 그러나 현우와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던 미자는 문득 이 남자와 연애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두근거리는 봄바람은 미자를 건너 그녀의 집에까지 불어온다. 미자의 이모할머니 승현(서승현)은 자매인 영옥(김영옥)과 혜옥(김혜옥)에게 죽기 전에 연애 한번 해봐야겠다고 선언한다. 성미 드센 영옥과 예쁘지만 철없는 혜옥은 가운데 끼어 언제나 참고 살기만 했던 승현에게 표구사 할아버지를 짝지워주고자 여러모로 코치를 하지만,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시트콤과 극장판을 모두 연출한 김석윤 감독은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여자 셋, 여자 셋의 시트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처럼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는 미자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한축이었고, 미자의 할머니 세 자매 이야기가 또 다른 한축을 이루곤 했다. 여기에 이따금 미자의 아버지와 외삼촌이 더해지면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은 그들 모두를 보듬고 갈 수는 없었기에 미자와 둘째 할머니의 로맨스를 포개고 외삼촌 우현의 코미디를 덧붙이는 방법을 택했다. 시트콤 팬이었다면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덕에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은 수많은 함정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 영화는 영화로서 자의식이 그리 강하지 않으나 소박하고 유머러스하며, 때로는 두려움없이 진심을 드러낸다.
누런 고쟁이만 입다가 “색깔있는 빤쓰”를 사입고선 생애 처음 사랑을 꿈꾸는 승현과 “남에게 심한 말 해본 적 없는데” 세상의 발부리에 채이고 다니는 미자는 그녀들과 나이가 비슷한 여자가 아니더라도 공감이 가는 캐릭터다. 누군들 세상이 억울하지 않으며 지난 시간이 아깝지 않을까. 승현과 미자에게 로맨스는 삶의 목적이라기보다 “왜 진작 이렇게 살지 않았을까”라는 회한이 응집된 대상일 것이다. 태생이 코미디였던 <올드미스 다이어리_극장판>은 그런 공감을 예지원이 몸을 던져 만들어내는 웃음으로 우회하여 던져준다. 등 뒤에서 현우를 욕하다가 들키자 사다코(<링>의 귀신) 흉내를 내거나 모처럼 큰소리를 내고자 확성기를 들었지만 볼륨 조절을 하지 못해 쩔쩔매는 예지원은 <앨리 맥빌>의 앨리와 <프렌즈>의 레이첼을 섞어놓은 것보다도 귀엽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