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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의 연장선상 <중천>
문석 2006-12-20

한국영화, 본격 판타지의 영역에 도전하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이곽(정우성). 귀신을 불러들였다는 누명을 쓰고 죽어간 연인 연화(김태희)를 잊지 못하는 그에겐 신비한 능력이 있으니 그건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왕실 산하 퇴마부대 ‘처용대’의 리더 반추(허준호)는 그의 재능을 높이 사 함께 활약을 펼친다. 하지만 왕실에 반기를 든 처용대가 몰살당하는 와중에 이곽은 홀로 살아남게 되고, 이상한 기운에 휘말려 이승과 저승 사이에 놓인 공간 중천으로 들어간다. 중천에서 연화와 똑같이 생긴 천인 소화를 만나게 된 이곽은 그녀를 쫓지만, 이승에서의 기억을 모두 지운 소화는 이곽을 알아보지 못한다. 게다가 반추를 비롯한 처용대는 중천을 장악하기 위해 소화가 가진 영체를 노리고 있다. 이제 이곽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한때 우정을 나눴던 동지들과 맞서야 한다.

<중천>은 <무사>의 연장선상에 놓인 프로젝트다. 조동오 감독, 최정화 프로듀서, 김영호 촬영감독, 양우상 조명감독 등 이 영화의 주축 멤버들은 모두 <무사> 때 조수급 스탭으로 참여했던 인물들이다. <무사>의 김성수 감독과 당시 프로듀서인 조민환 나비픽처스 대표, 그리고 정우성의 존재나 중국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 등은 <중천>이 <무사>의 직계 후손임을 증명하는 징표들이다. <중천>이 <무사>에서 업그레이드된 점이 있다면, 판타지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구체적인 역사적 지식없이도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판타지영화를 추구하는 <중천>의 성패에는 컴퓨터그래픽이 상당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 기술로 CG를 모두 처리한다”는 제작자의 뜻에 따라 DTI를 중심으로 구성된 12개 CG업체의 컨소시엄은 <중천>을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기한 비주얼로 채워냈다. 특히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원(ETRI)이 맡은 3D 캐릭터는 대단한 성취라 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영상이 훌륭하다 해도 드라마가 관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한다면 <파이널 환타지>처럼 빛 좋은 개살구가 되는 법. 결국 <중천>이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열지, 반쪽짜리 성공을 거둘지 여부는 이곽과 소화의 멜로드라마가 얼마나 심금을 울리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시사회가 열리기 전, 15분 분량의 프로모션 영상만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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