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데자뷰-덴젤 워싱턴 인터뷰] “토니 스콧 감독과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를 믿고 선택했다”
씨네21 취재팀 2006-12-19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다시 보는 편인가. 보통은 한번만 본다. 여러 번 보았던 영화로는 <존 큐>와 <트레이닝 데이>가 있는데 그건 당시 내가 연출과 연기 두 가지를 해야 했기 때문에 화면에서 내 자신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연극 무대 출신이다. 알다시피 연극은 현장성이 그 본질이니까 끝나고 나서 그날 연기한 테이프를 주지 않는다. 나는 연극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렇게 스스로를 직접 바라보는 식의 자기분석은 내가 이제까지 훈련받았던 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종종 데일리 상영이 있는 날 가서 자신의 연기를 확인하고 오는 배우들도 있는데, 그게 다음날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병을 집어들고는) 이를테면 내가 이 생수제조업자라고 하자. 내가 이것을 만들어낼 때, 나는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일단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상품은 이렇게 탁자에 올려진다. 그리고 당신이 이 상품을 보게 될 그 시점에 나는 이미 떠나고 없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바꾸고 싶은 역사가 있는가. 지난번에도 이 질문이 나와서 그때에는 노예제를 막고 싶다고 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그게 그렇게 단순하게 답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노예제라고 한다면 정확하게 어떤 노예제를 말하는 것인가. 현재에도 지구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노예제? 아니면 이집트 시절의 노예제? 아프리카 노예제? 정확하게 언제의 노예제? 내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느 시기로 돌아갈지를 결정하는 데만 적어도 한달 이상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내가 움직이는 하나의 요소가 다른 모든 것들에 차례로 영향을 줄 테니. 아주 복잡한 문제다. 결국 그 순간만을 바꿀 수 있고, 그 이후의 연쇄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제어력이 없지 않은가. 더그가 처한 딜레마가 이런 것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인생이 원래 이렇게 복잡할 테니까.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 텐데,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많은 경우 감독을 중요시한다. <데자뷰>는 감독(토니 스콧)과 프로듀서(제리 브룩하이머)를 믿고 선택한 작품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나를 선택했다. 그들과 한번 더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으니까.

맡은 역을 어떻게 준비하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나의 방법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와 일하느냐에 따라 확실히 달라진다. 리얼리티에 집착하는 토니의 경우에는 가만히 있어도 될 정도로 그가 사전에 준비하는 정보 수집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양보다 훨씬 더 많은 자료들을 가져다준다. 토니는 ATF 요원인 내 캐릭터를 위해 1993년 오클라호마 빌딩 폭파 사건 담당자였던 제리를 기술 자문관으로 고용했다. 우리는 제리를 통해 어떻게 사건 현장의 디테일을 수집하는지, 수집된 정보를 어떻게 분석, 해석하는지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았고, 실제로 이를 영화의 플롯에 적용하기도 했다. 하루는 내가 더그의 가방에 어떤 것이 들어가 있을까라고 물었더니 제리가 칫솔이라고 답했다. 대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 늦거나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아서 잠도 깰 겸 시간이 날 때마다 이를 닦는다고 했다. 영화에 보면 내가 이를 닦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캐릭터가 준비된다.

태풍 피해가 났던 뉴올리언스에서 촬영했는데, 어땠나. 글쎄, 내가 여기서 적어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점에서 좋았다. 감당할 수 없는 폐허 앞에서의 무기력한 기분이란…. 80살 넘은 할머니들이 폐허 앞에서 정리를 하며 집 앞을 치우는 것을 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었다.

피해 지역이 백인 중산층 지역이었다면, 대응이 빨랐을 것 같은가. 그게 흥미로운 것이 수해 지역은 백인 중산층 지역이었다(!) 나도 직접 뉴올리언스에 가서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자연은 차별하지 않는다. 백인 중산층의 클래식한 집들이 가장 많은 수해를 입었다. 집이 작건, 크건, 가난하건, 중산층이건, 흑인이건 백인이건 말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