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가 아니라 EVD?! 중국의 주요 가전업체들이 2008년부터 DVD플레이어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중국 표준인 EVD(Enhanced Versatile Disc)플레이어만 생산할 것이라 발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11월29일자 보도에서 “신고, 아모이, 하이센스 등 20여개의 중국 대기업들이 EVD플레이어만을 제조하기로 결정했으며, 유통망도 대폭 정비돼 EVD 가맹점이 연내 800개에서 1200개로 늘어날 것”이라 전했다. 일반 DVD보다 5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EVD는 2003년 중국 정부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DVD의 국가 표준. 장바오콴 EVD산업협회 회장은 12월6일 기자회견을 열고 “EVD플레이어 생산을 통해 EVD가 새로운 시장 표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 부동산그룹 안타이오스가 방송사 및 영화 배급사와 함께 EVD를 지원하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할 계획이며, 현재 할리우드쪽과도 접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전세계 DVD플레이어의 80%를 생산하는 중국에서 EVD를 개발하게 된 데에는 DVD플레이어의 로열티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중국이 DVD플레이어 한대당 지불하는 로열티는 약 117위안으로, 판매가격인 200~300위안의 절반가량에 이르는 액수. 3년 전 대대적인 지원과 홍보에도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EVD를 중국 정부가 다시 들고 나온 것에는 연간 3억달러에 이르는 로열티 부담 외에도 블루레이와 HD DVD 진영으로 대표되는 차세대 DVD 표준의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발매 초기 DVD플레이어의 2배에 이르던 가격이 낮아지고, HDTV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등 시장 상황이 우호적으로 변한 것도 중국 정부에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요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술이며, 무엇보다 콘텐츠의 공급 여부가 EVD의 생사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