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서울에서 필자는 한 제작사 사장과 진기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사업에 매우 정통한 사람으로 제작, 배급, 상영에 대해 얘기할 때 손가락만 튕기면 모든 정보들이 술술 나오는 이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저작권 침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마자 그는 정신적 체증에 들어갔다.
몇주 전 중국에 갔을 때 여러 영화인에게 한국영화에 대해 물은 적이 있었다. 그들은 분명 한국영화의 영향력을- 별 염려없이- 인식하고 있었지만 거의 모든 한국영화들을 DVD로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들이 말한 것은 해적판 DVD였다. 이런 걸 한국 제작자에게 말했더니 그는 한숨을 쉬면서 중국은 불법복제 때문에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로비단체인 MPAA가 각국에 서구개념의 저작권법 집행과 DVD 지역 인코딩을 적용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주문을 외우듯 끊임없이 반복하는 말이다. 원래 DVD는 이전에 (비디오와 LD에서) PAL과 NTSC의 방송체계로 나뉘었던 세계에서 처음으로 보편적인 홈엔터테인먼트 포맷이 될 의도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MPAA를 통해 저작권과 지역 수익을 통제하기 위해 지역코드 시스템을 주장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DVD는 훨씬 더 제한받은 포맷이 됐고, 사실상 전세계에서 원하는 것을 보려는 자유로운 선택에 방해물이 됐다.
이것은 할리우드한테는 적격이다. 그렇지만 자유로운 선택과 자유무역을 선호한다는 세계에서 현장의 반응은 지역 코드프리 DVD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 해적판도 또 다른 반응이다. 같이 얘기한 한국 제작자는 요컨대 어떤 합리적 수준에서 ‘중국문제’를 다룰 사업적 어휘나 사고방식을 갖추지 않고 있었다. 오늘의 저작권 침해자들이 어떤 땐 내일의 합법적 사업가가 될 수 있고 그들을 접근금지의 지역으로 내쫓기보다는 사업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합리적일 거라고 하자, 그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마치 악마와의 사업관계를 제안한 것과도 같았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라는 주제는 이제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테러리즘” 즉 (서구)세계와 그 (서구)자본주의 구조에 대한 위협의 형태로 낙인찍혀버렸다. 누구도 저작권 침해자들과 협상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단순히 무법자로 선언하고 그들을 뭉개버리려 한다. 저작권 침해는 또한 다수 국가의 영화산업 폐해에 대한 손쉬운 변명거리가 되어 매년 손실을 내보이는 통계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몇몇 국가에서- 특히 아시아에서- 저작권 침해를 통제하는 사람들이 바로 영화제작을 통해 돈을 세탁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중국과 홍콩에서는 융통성이 더 통용된다. DVD는 대체로 구매욕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높여줄 수 있는 가격으로, 극장 개봉과 동시에 혹은 며칠 뒤에 출시된다(유럽, 미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DVD 가격은 전반적으로 극장 티켓 가격보다 훨씬 높다). 극장과 홈엔터테인먼트를 두개의 분리된 시장으로 보기보다는 이렇게 접근하는 편이 자유롭게 현재의 영화관람 행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집에서 보든 영화관에서 보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시장은 하나로 통합돼 있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사업 관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서구는 여전히 구조화된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 한국 제작자도 그랬다. 그렇지만 업계가 좋아하든 말든, 결국 소비자가 최종 결정권을 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