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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우리들의 착한 시간
김소희(시민) 2006-12-18

매일 밤 그날의 좋은 일 세 가지씩 생각하기, 자기 장점 다섯 가지를 찾아 매일 새롭게 실천하기. 이 두 훈련만 열심히 해도 행복감이 늘고 우울감은 준다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이 발표했단다. 2006년 출판계 주요 흐름도 ‘행복’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한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만큼 우리가 안 행복해서일까?

6개월 지난 애를 업고 뉴스를 보다 눈물 흘릴 뻔했다. 산후우울증을 다룬 꼭지였다. ‘남자 전문가’들이 산후에는 호르몬이 변하고 어쩌고 이유를 나열했지만 하나마나 한 소리로 들렸다. 한 엄마는 젖먹이 쌍둥이 포함해 애 셋을 기르며 가사까지 도맡았는데, 남편은 그야말로 ‘헬프’가 안 되는 것 같았다. 한계를 시험하는 과중한 ‘노동’의 압박이 그녀를 불행하게 했고 급기야 죽음으로 몰고 간 게 아닐까?

휴직하고 육아하며 절실히 느끼는 건, 역시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하루 세끼 밥 먹고 똥 싸고 잠자는 당연한 일도 반납하고 해야 할 일이 세상에는 있다. 어떤 유명 작가의 ‘창작의 고통’을 다룬 인터뷰를 읽다가 피식, ‘그래봤자 당신이 애 낳아 길러봤냐?’ 혼잣말이 나왔다. 이런 나에게 쪼들리는 살림에 속 썩이는 남편 두고 아픈 애 키워봤냐 한다면, 싱글맘으로 분유 타서 자는 애 머리맡에 놔두고 나와 저소득 일용직으로 일해봤냐 한다면, 철저히 ‘비가시적 노동’을 기한없이 해봤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여성 가장을 둔 인구의 13.4%가 절대빈곤층인 나라에서(남성 가장의 경우는 4.3%), 2015년까지 인구 증가율이 세계 최저라고 통탄해봤자 허당이라는 걸 안다는 말 외에는.

일본에서는 목숨 명(命)자를 올해의 한자로 뽑았단다. 목숨 부지하는 일조차 버거운 이들의 사연이 세밑을 장식하고 있다. 기부포털사이트 해피빈 같은 곳을 통하면 맞춤한 일을 찾을 수 있다. 저소득층 애들에게 몰래 산타가 돼줄 수도 있다. 남을 행복하게 할 때 내 행복감은 치솟는다. 그리하여 나도 오늘의 좋은 일 하나를 메우게 됐다. 앗싸, 행복 얘기로 안 늦게 원고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