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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평행우주에서 펼쳐지는 토니 스코트의 액션 <데자뷰> LA 시사기
황수진(LA 통신원) 2006-12-19

<데자뷰>의 배경은 뉴올리언스이다. 도시에 잔재하는 프랑스 건축 양식과 늪지대 등의 이국적인 정취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에도 불구하고 <데자뷰> 제작진들의 발걸음을 돌리지 못했다. 2006년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서 <데자뷰>는 재건에 나선 지역 주민과 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는데 재해 이후 처음으로 뉴올리언스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데자뷰>가 뉴올리언스에 갖는 의미는 특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축제로 들뜬 뉴올리언스, 해군들과 그들의 가족들을 태운 페리호가 강 위에서 폭발한다. 사건 현장에 도착한 ATF(주류, 담배, 화기 단속국) 요원 더그 칼린(덴젤 워싱턴)이 그 자리에서 수집한 몇 가지 단서만을 가지고 단순한 폭발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배후에 있는 의도된 테러임을 알아내자 FBI 요원 폴 프리즈와라(발 킬머)는 테러리스트의 검거를 위해 그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감한다. 이제 프리즈와라 요원을 따라 나선 더그의 눈앞에는 4일 전의 과거를 다양한 시점에서 선택해서 지켜볼 수 있는 첨단 위성 감청 기술, 시간의 창이 펼쳐진다.

<데자뷰>는 우리가 일상에서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법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익숙함에 대해 평행 우주 이론을 내세워 그 인과율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액션물이다. 다소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평행 우주의 세계가 관객에게 거부감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은 기술자 데니(애덤 골드버그)가 들려주는 시간 이론에 대한 설명 때문이라기보다는 빠른 편집과 세련되게 짜여진 분할 화면을 통해 쉴새없이 몰아치는 토니 스코트의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감독은 화려한 영상을 통해 영화 내내 시점을 분리하거나, 통합하는 것을 자유자재로 반복함으로써 4일 전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세계를 무리없이 창조해낸다. 특히 더그가 미시시피 다리 위에서 현재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을 아슬아슬하게 거슬러가며 4일 전의 과거에 존재했던 테러리스트를 &#51922;아가는 장면은 액션신의 백미이다. 잔인한 테러리스트 역에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에서 예수 그리스도 역을 맡았던 짐 카비젤이 맡았는데 리얼하고 강도 높은 액션신을 추구하는 까다로운 감독의 요구를 무사히 잘 소화해냈다 .

<데자뷰>의 평행 우주의 정점에 토니 스코트의 액션이 있다면, 그 표면 아래에 흐르는 것은 로맨스이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치는 순간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의 조각들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확인된다. 더할 나위 없이 유능하지만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좌절감을 안고 살아가는 더그 칼린과 이미 죽어버렸지만, 그의 눈앞 화면에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테러리스트 검거의 단서를 쥐고 있는 희생자 클레어. 더그는 과거 속의 클레어를 지켜보면서 점점 화면 속의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클레어 역은 신선한 얼굴을 원한 감독의 의도대로 신예 폴라 패튼이 맡아 눈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부서질 것 같은 캐릭터의 이미지를 잘 이끌어내었다. 상대역인 덴젤 워싱턴에 따르면 <펠리칸 브리프>의 줄리아 로버츠와 같이 그녀에게는 사람을 끄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고 한다.

<데자뷰>는 결국 왜 클레어가 더그 칼린에게 한눈에 반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온다. 토니 스코트표 로맨스는 터무니없지만, 그래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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