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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스릴러, 묘한 드라마 <조용한 세상>
2006-12-13

조용한 스릴러, 묘한 드라마. 그래도 사건은 해결된다

정호(김상경)는 어렸을 때 ‘괴물’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어렸을 적 <기인열전>에 나갈 정도로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첫사랑이었던 소녀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가 사진작가가 되어 15년 만에 귀국한 참이다. 그의 능력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영화는 말을 아끼고, 대신 그의 행동들을 보여준다. 정호는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시도하려는 일당을 발견하고는 사전에 저지하는데, 어쩐 일인지 그는 소매치기의 대상이 될 뻔했던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던 돈의 쓰임새까지 알고 있다. 정호는 우연히 위탁아동 수연(한보배)을 맡게 되는데,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던 정호는 점차 수연에게 마음을 연다. 어린 소녀들의 연쇄실종사건을 추적하던 김 형사(박용우)는 수연이 다음 희생자일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소매치기 사건 등 자꾸 마주치는 정호를 주시한다. <조용한 세상>은 제목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두 남자와 한 소녀를 중심으로 한 연쇄살인사건과 소통의 문제에 접근해간다.

<조용한 세상>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일단 뛰어>를 만든 조의석 감독이 만든 두 번째 영화다. 전작과 달리 진중하고 어두운, 그리고 따뜻해야 하는 <조용한 세상>에서 그는 쉽게 이야기를 조율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호의 특이한 능력을 보여주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개연성없이 나열되는데, 정호의 특이한 능력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영화의 중심 사건인 소녀 연쇄살인사건의 진행을 매끄럽지 못하게 만든다. 범인의 범행동기가 아이를 ‘보호한다’에서 출발한다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스릴러로서의 <조용한 세상>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정호와 수연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적 요소는, 수연이 극중 설정보다 성숙해 보이는 까닭에 롤리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것도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김상경과 박용우라는 각기 색깔이 다른 두 연기자가 충돌하면서 좀더 강렬한 대립구도가 초반부터 형성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마지막 화재장면에서 두 사람이 표출하는 에너지는 아쉬움을 상쇄한다. 정호와 김 형사가 두 번째로 마주치게 되는 달동네 사건 현장의 남루함이나,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은신처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로 만든 집처럼 소녀들을 유혹하기 좋은 공간으로 꾸며진 점 등 <조용한 세상>의 미술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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