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맨> 안노 모요코 지음/ 학산문화사 펴냄
잡지쟁이로 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야근이나 밤샘 마감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는 일도 있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문제들을 발빠르게 따라잡는 기획거리를 찾아내는 일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워킹맨>은 일본어로 ‘시대’라는 뜻의 주간지 <JIDAI>에서 일하는 스물여덟살 여기자 히로코를 주인공으로 그 정신없는 세계를 그려낸다. 히로코는 상사에게는 인정받지만 동료들에게는 경원시되는 일중독이다. 자신이 맡은 일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게 다가 아니라 남들이 흐리멍텅하게 일하는 꼴을 참지도 못한다. 동료나 후배들은 히로코가 일할 때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 같다며 ‘워킹맨’이라고 부를 정도다.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한 지 3개월이나 지났지만 일하느라 지쳐서 신경쓸 여력도 없다. “워킹맨이 되면 혈액 속의 남성호르몬이 증가해서 평소의 3배 빠르기로 일을 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침식, 연애, 의식, 위생 등의 관념은 사라진다.” <워킹맨>은 그런 히로코가 평가절하했던 주변 동료들과 부딪치면서 새로운 일면을 알아가고, 일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는 과정을 에피소드별로 풀어놓는다. 판매부의 중요성이라든가, 과로사한 선배를 보고 깨닫는 두려움은 잡지를 둘러싼 많은 요소들을 알게 해준다. “요즘 젊은 것들은 술자리에 불러줘도 오지 않는단 말이야. 편집장은 정말 고독해”라고 넋두리하는 편집장이 예전에 쓴 최고의 기사를 보고 자극받거나, 실력이 없지만 여성스러움을 무기로 취재원을 관리한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실은 여성스러움을 동반한 노력파라는 사실을 알고 편견을 버리는 이야기 등은 비단 잡지사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다. <뷰티 마니아> <슈가 슈가 룬> 등을 그린 안노 모요코가 여성의 심리를 포착해내는 재능이 빛나는 이유는, 그 출발선이 삶의 현장,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