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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투자·배급사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
이영진 사진 이혜정 2006-12-14

일방통행식 문화에 다양성의 단비를

“정리하고 내년에 일본 갈 생각이다.” 농담이 아니라면 큰일날 뻔했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하라고 모신 자리인데, 접고서 훌쩍 떠나겠다는 협박부터 꺼내니 말이다. 일본영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고 CQN명동을 차린 지 벌써 1년. 본인은 “일본과 달리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의 극심한 차이를 체감하고서 한국영화 시장에 관한 공부를 톡톡히 했다”고 하나 “때론 1일 관객이 20명에 불과한 상황”을 웃으며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명동에 CQN이라는 아지트를 차린 뒤, <박치기!>를 비롯해 <린다 린다 린다> <유레루> <디어 평양> 등을 직접 투자·배급한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 올해를 두고 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한다. “예전의 명동이 아니더라. (웃음) 극장 오픈하면서 투자한 것을 벌충할 만큼 수익을 거두진 못했다. 기대에 비해 60% 정도 해낸 것 같다. 다만, 새로운 도전이라면서 여기저기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주목을 끌어내는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 명동의 주요 거점지에 대형 멀티플렉스들이 속속 들어서는 상황에서 일본영화 전문상영관이라는 간판을 유지하기까지는, 의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한국 관객에게 일본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영화와 할리우드영화를 반 이상 틀어서 유인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명동의 5개 극장이 전부 똑같은 영화를 거는 일도 많았으니까. 몇년이 걸릴지 모르겠으나 언젠가 아트전용관을 만들어 다양한 영화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

오빠인 씨네콰논 이봉우 대표와 자신의 유년 시절을 소재로 삼은 <박치기!>가 “관객 2만명을 모으고” 막을 내렸다는 사실은 지금도 아쉽다.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미안하다. 좀더 여유가 있었으면 단관 개봉을 택하진 않았을 텐데. 그때는 한국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 처지여서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가 없었다.” 안타까움은 때론 의욕의 자극점이 된다. 재일동포 이상일 감독과 이봉우, 이애숙 남매가 제작한 아오이 유우 주연의 <훌라 걸스>는 내년 2월에 50개관 규모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게다가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일본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재일동포 감독과 프로듀서가 만든 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일본 대표로 나가게 된” 뿌듯함이 자신감의 뿌리일 것이다. 2007년엔 <훌라 걸스>를 시작으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신작, <박치기!> 조감독을 지낸 요시다 고헤이 감독의 <기토기토>를 상영할 예정이라고. <박치기!>의 남매가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박치기: 사랑과 평화>도 현재 촬영 중인데 내년 라인업에 포함되어 있다. 두달에 한번씩 일본을 오가며 그동안 한·일 교류의 선두에 섰던 씨네콰논의 미래가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애숙 부사장. “<박치기!> 속편이 잘되면 3편도 생각해야지”라며 의욕을 다진다. 하긴 칼을 뺐으면 뭔가 썰어야 한다. 그게 두눈 감고 뒷걸음질하는 것보다 몇배 낫다. 이애숙 부사장은 다행히도 그걸 안다. 누구보다 잘.

김무령 프로듀서가 본 이애숙

“일을 같이 한 건 <살인의 추억> 때부터다. 씨네콰논에서 <살인의 추억> 일본 배급을 맡았다. 캐릭터를 보면 알겠지만 철두철미, 그 자체다. <천하장사 마돈나> 촬영 때도 큰 도움을 받았다. 구사나기 쓰요시가 한국에 왔는데 경험이 없다보니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라서 조언을 구했다.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처럼 챙겨주더라. 배우가 머물 장소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일까지. CQN명동을 차린 1년은 아무래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자랐으니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쉽게 포기 안 할걸. 차별적인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의지와 깡이 있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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