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의 기억이 내 마음을 뒤흔든다.
그들의 엇갈리는 감정 속의 위태로운 줄타기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며 도쿄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로 성공한 타케루는 어머니 기일을 맞아 1년 만에 고향을 찾게 된다. 그곳엔 고향에 남아 가업을 이으며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착한 형 미노루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치에코가 형과 함께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타케루가 나타나면서부터 이들 셋은 서로의 미묘한 감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어릴 적 추억이 담긴 계곡으로 향한다. 계곡 아래에서 사진을 찍다 무심코 다리를 올려다 본 타케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다리 아래 급물살 속으로 자취를 감춘 치에코.
흔들리는 다리 위엔 망연자실한 미노루의 모습 뿐…
그때의 기억이 흔들린다
사건의 진실을 가리기 위한 미노루의 재판이 시작되고 유순하고 착하기만 했던 형 미노루의 의 의외의 모습을 본 타케루는 점점 흔들리게 되는데…
흔들리는 서로의 기억 속에서 과연 그날 계곡의 다리 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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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리뷰
관계와 감정에 대한 치밀한 통찰, <유레루> by 김나형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타케루(오다기리 조)는 형 미노루(가가와 데루유키), 어릴 적 이웃이었던 치에코(마키 요코)와 계곡에 놀러간다. 가파른 계곡에 걸린 다리 위에 서 있던 치에코가 계곡 아래로 추락한다. 타케루는 멀리서 진실을 보았다. 관객은 그가 목격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다리 위에 같이 있던 미노루는 치에코를 밀어 떨어뜨렸을까, 아니면 구하려 했을... 엇갈리는 감정 속의 위태로운 줄타기, <유레루> by 김나형 젊은 사진작가 타케루(오다기리 조)는 어머니의 기일을 맞아 고향집을 찾는다. 집에는 형 미노루(가가와 데루유키)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다. 형의 주유소에서 일하는 치에코(마키 요코)와 마주친 타케루. 어릴 적 알던 소녀가 예쁜 아가씨가 되어 형과 일하는 걸 보고 묘한 기분이 된다. 질투, 설렘,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뒤섞인 심정으로 치에코와 관계를 가지고 집에...-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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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확실성과 인연의 불확실성으로의 여정more
나는 당시 1년여를 매달린 시나리오를 과감히 내팽개치고 이 꿈을 소재로 시나리오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인간의 불확실성’과 ‘인연의 불확실성’을 영화를 통해 찾아보기로 했다. 시니컬한 첫 작품과는 달리 두 번 째는 가볍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생각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주인공은 상반된 성격의 형제로 설정했다. 인생을 계곡 밑으로 내던지고 만 선량한 형, 그런 모습을 숲 속에서 지켜보게 된 활발한 성격의 동생. ‘형제’라는 쇠사슬과도 같은 인연의 끈을 이어놓음으로써 이 두 사람이 어떤 가혹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서로의 존재로부터 달아날 수 없도록 해두었다. 불확실한 변화의 반복 속에서 인간과 인간의 인연은 어떠한 가능성을 남기는가? 각본을 완성하는 2년여의 시간 동안 난 등장인물들에 대해 엄격히 다가갔다. 그들의 진심과 양심 이면의 어두운 부분까지 드러내기 위해서는 작가로서의 모성애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나도 출연자들도 촬영을 앞두고는 모두 녹초가 되어버렸다. ‘그러길래 가볍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는데…’
오다기리 죠와 카가와 테루유키. 이 두 배우가 없었다면 내 안의 불꽃이 지쳐 결국에는 꺼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그 두 배우는 작가인 나 이상으로 타케루와 미노루 라는 역할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고, 진지함 속에 뜨겁게 타오르는 정열을 가지고 있다는 큰 공통점이 있었다. 그 둘은 연출을 기다리는 배우라기 보다 나를 도와 함께 캐릭터를 키워가는 파트너 같은 존재였다.
꿈에 의지해 어렵게 작품을 쓰면서 나는, 인생에 있어 정말 소중한 친구의 수만큼의 이야기밖에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게 있어 정말로 소중한 건 그리 많지도 않지만, 혹 그 수가 늘어난다면 정말 소중하다고 말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영화가 내게 있어서 가장 좋은 친구로서 여기 이렇게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더없이 기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작품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객들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2006년 감독 니시카와 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