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비의 고양이> 조안 스파르 지음/ 세미콜론 펴냄
<랍비의 고양이>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말하는 고양이에 관한 만화다. 말하는 고양이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유는 주인인 랍비의 딸 즐라비야 아가씨를 사랑하기 때문. 유대인이 되면 아가씨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 이 말하는 고양이는 유대의 율법을 배우고 유대식 의식을 치르고자 하지만 주인 랍비의 반대에 부딪힌다. 랍비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마치 <탈무드>를 만화로 읽는 듯한 끝없는 문답과 문제제기가 이어지는데, 고양이가 주인공이자 화자이기 때문에 느슨한 듯하면서도 함축적인 대사들이 <랍비의 고양이>를 상징적인 이야기로 만든다. 말하는 고양이는 율법을 따른다고 자처하는 자들의 허위의식을 알고 있지만, 즐라비야 아가씨 곁에 있기 위해서는 절대 아가씨 앞에서 말을 하지 말라는 주인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물론 고양이답게 가끔은 주인이 안 보는 새 아가씨와 속닥거린다). 랍비의 고양이가 엄격하고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할 때는 싫어했던 인간이, 실은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며 호르몬과 신념 사이에서 몸부림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대목에 이르면, <랍비의 고양이>가 유대 율법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단순한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과 삶, 종교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권에서, 랍비와 그의 말하는 고양이는 결혼한 즐라비야 아가씨를 따라서 알제리를 떠나 파리로 향한다. 화사하게 채색된 그림들은 초원의 밤과 나무 위의 염소들, 천막 안의 사자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꿈속에서 보는 듯 아련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둥이를 다물 필요가 있는 법”이라는 말은 사랑에 빠진 고양이에게만 유효한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