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배사 체제가 무너지는가. CJ엔터테인먼트는 12월1일 미국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의 영화를 한국에서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CJ는 2007년 2월1일부터 파라마운트 영화의 극장 배급과 홈비디오(VHS, DVD)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배급할 영화 편수, 기타 부가판권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이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파라마운트 영화 때문에 배급 물량이 급증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CJ 관계자는 “아직 합의는 없었지만, 대략 연간 10편 내외로 생각하고 있으며, 이 정도라면 기존 드림웍스 영화와 별도 수입영화를 배급하던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라마운트와 유니버설 영화를 배급하던 UIP는 12월31일 해체되고 유니버설은 유니버설 픽처스 인터내셔널이란 법인을 새로 만들게 된다. 양사의 이번 계약은 표면적으로 지난해 12월 파라마운트가 CJ와 특수 관계에 있는 드림웍스SKG를 인수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드림웍스의 설립 당시부터 주요 주주로 참여했던 CJ는 드림웍스 영화의 한국·아시아 배급을 담당해왔으며, 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파라마운트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충무로에서는 한국영화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임에 따라 국내시장에서 직배사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이 이번 계약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멀티플렉스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 배급사를 통해 좀더 효과적으로 자사영화를 배급할 수 있다는 이점도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충무로에서는, 스튜디오는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한국쪽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를 갖게 되는 상호이익 때문에 조만간 한국에서 직배 시스템이 무너질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스튜디오도 한국의 한 투자·배급사와 배급권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영화업에 진출을 꾀하는 한 건설업체가 다른 직배사와 접촉한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지난 10월 소니픽쳐스릴리징과 브에나비스타의 직배사가 회사를 합쳐 한국 내 공동 배급을 결정한 것도 직배 시스템의 위기와 맞물려 있다. 1988년부터 시작된 ‘5대 직배사 체제’는 20년을 채 못 넘기고 이제 붕괴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