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웨딩 칼럼에 글을 쓰고 있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럿)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재스퍼(루퍼스 시웰)가 다른 여자와 곧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교외의 조그마한 자신의 집에 돌아가 목을 놓아 통곡하는 아이리스. 바로 그 시각, 햇살이 내리쬐는 LA 브렌트우드 아만다(카메론 디아즈)의 집. 영화 트레일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른바 잘나가는 그녀는, 남자친구인이던 에단(에드워드 번즈)이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고 크리스마스를 바로 앞에 두고 절교 선언을 한다.
이 두 여자의 사정은 낯설지 않다. 집이 떠나가라 흐느끼는 아이리스와 울어보려 별별 애를 쓰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는 아만다는 사랑이 없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기분 전환을 해야 할 절체절명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인터넷에 접속하게 된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크리스마스 휴일 동안 서로의 집을 바꾸어보는 황당한 계획에 동의하게 된다. 자신에게는 벗어나고픈 현실이지만, 아이리스에게 아만다의 LA는, 아만다에게 영국 시골의 동화 같은 아이리스의 집은, 무엇인가 멋진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준다.
LA에 도착한 아이리스가 아만다의 커다란 집에 환호성을 지르는 반면, 눈 내리는 시골길을 하이힐을 신은 채 가방을 끌고 가야 하는 아만다의 신세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아이리스의 오빠인 그래엄(주드 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영국 아가씨 아이리스에게 할리우드 황금기의 작가 아서(엘리 왈라치)와의 만남이 판타지라면, 영국의 어느 날 밤 집 앞에 서 있는 아이리스의 오빠 그래엄은 미국 커리어우먼 아만다의 거부할 수 없는 판타지이다. <왓 위민 원트>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등을 통해 이미 시나리오 집필력과 안정적인 연출력을 인정받은 낸시 메이어스 감독은 <로맨틱 홀리데이>에서 역시 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르는 사랑에 대한 희망을 로맨틱코미디의 예의 그 달콤한 방식으로 서술해나간다.
LA에서 열린 시사회를 마치고 케이트 윈슬럿과 나눈 짧은 인터뷰를 소개한다.
케이트 윈슬럿 인터뷰
“내 생애 최초의 코미디 연기”
아이리스는 한 남자에게서 벗어나는 데 무척 힘들어한다. 본인도 아이리스와 비슷한가. 전혀 아니다. 난 언제나 내 자신의 선택을 믿는 사람이다. 나는 지난 일에 미련을 갖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나약해지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지만, 아이리스만큼은 아니다.
이번 작품은 그간 해온 역보다 좀 가벼운 역일 것 같은데, 촬영하기는 어땠나. 아주 힘들었다. 촬영기간도 길었고, 현대 영국 여성을 처음 연기해본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가발이나 악센트, 고전 의상 등으로 나 자신을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를 연기하기 위해 나는 주위의 친구들이나 혹은 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어떤 단면을 끄집어내야 했다. 그리고 코미디 연기도 처음이어서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파트너인 잭 블랙에게 컷이 끝날 때마다 내 연기가 웃긴지 아닌지 늘 확인하곤 했다.
코미디 특성상 즉흥연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맞다. 상당히 있었다. 근데 그것은 시나리오가 탄탄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엄마로서의 삶과 배우의 삶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정해진 장시간을 밖에서 일해야 하는 다른 직업을 가진 엄마들보다 수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