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는 팔순 할머니가 손자 중매를 부탁해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문답을 했다(요즘 우리 모녀와 가장 절친한 커플은 할머니와 그 집 개 뽀삐다). 문)손자는 뭐 해요? 답)사업 준비하는 중인데. 문)인물은? 답)뭐 그냥. 문)… 답)근데 걔는 반포에 집이 있어. 문)⊙_⊙ 1등 신랑신붓감 조건으로 한때는 학벌, 다음엔 직업이 꼽혔다. IMF를 거치며 ‘업데’된 현실적인 조건은 ‘부모님의 연금 여부’였다. 바야흐로 온 국민이 하루아침에 대박 아니면 쪽박인 시대가 됐다. 결혼을 하려는 이들이라면 ‘학벌직업 구별말고 집만하나 잘사놓자’ 구호를 써붙여야 할 것 같다. 성급한 이들은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기엔 (부동산) 광풍이 딱이라고 한다. 죽도록 공부시켜 유명 대학 보내봤자 일찍이 애 앞으로 코딱지만한 아파트 하나 해준 사람의 ‘경쟁력’을 못 따라가니까.
사실 ‘선수’가 아니라면 한채뿐인 내 집 값이 뛰어봤자 생활이 달라지지 않는다. 빚 내어 장만한 집이라면 상환에 이자에 허리가 휘어 가처분소득은 곤두박질, 오히려 삶의 질은 떨어진다. 하지만 너나없이 내달린다. 별로 비싸 보이지 않는 이름에 정작 본인은 비싼 집을 가져서 국민들 마음에 불을 지른 청와대 전직 인사의 말처럼 “낭패”라도 좋다. 집만 있으면 나중에 취로사업 다니면서 먹고는 살겠지 싶은 심정이다.
정부가 무제한 택지 공급하고 용적률 팍팍 올려 공급을 늘리겠다는 걸 대책이라고 내놨다. 수요, 공급을 배우는 초등학생도 생각할 수 있는 거다. 이런 단견으로 일을 벌이는 건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래서 갑자기 집값이 ‘잡힌다’면? 그땐 그때대로 폭동 일어난다. 벌써부터 택지 수용지 주민들이 세금 낮추라며 총궐기에 나서는 형국이다. 토지정의를 바로 세우자는 사람들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까지도 땅은 임대하고 건물만 소유하자거나 공공기관이 지어 분양하되 되팔 때는 반드시 공공기관에 하자는 등의 말 되는 소리를 한 게 언젠데, 차기 대권주자들은 왜 가만히 있지? 집값에 대한 당신들의 정책, 아니 정체를 밝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