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최대 규모의 담배 회사 중 하나인 필립 모리스가 미국영화에 자사 브랜드가 노출되지 않도록 호소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필립 모리스는 11월22일 <데일리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지에 “당신의 영화에 우리 담배 브랜드를 집어넣지 마세요”라는 광고를 게재하고 앞으로 몇달 동안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립 모리스는 영화 속 흡연장면에 노출된 아이들이 또래보다 담배를 피우는 비율이 높다고 밝힌 의학저널 <페디애트릭스>와 다른 두개의 의학저널 연구결과를 광고에 인용하고 있다. 미국영화협회 코멘트도 인용하려는 필립 모리스의 시도는 실패했지만, 몇몇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부추기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으며, 그럼에도 영화 제작자들의 발언의 자유는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필립 모리스 대변인 데이비드 서튼에 따르면 이 캠페인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대표자들과 가진 회의에서 제안된 것이라고 한다.
반흡연운동을 계속해온 운동가들은 필립 모리스의 이 같은 움직임을 그리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있지는 않다. ‘담배 피우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 대표 매트 마이어스는 담배업계는 아이들을 흡연장면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에 한번도 흔들려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필립 모리스가 미성년자 관람가 영화 속에 말보로를 비롯한 필립 모리스 브랜드가 노출될 때 허가를 받도록 하자는 제안을 오랫동안 거부해왔고, 사실 영화 제작자들은 그런 허가를 상관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영화 속의 흡연장면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비판해온 대표적인 지식인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스탠튼 글랜츠도 필립 모리스가 허가받지 않고 자사 브랜드를 노출한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대신 “우리는 정말 이런 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우회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흡연운동가들이 지적하는 이 캠페인의 또 하나의 약점은 필립 모리스가 이 캠페인으로 인해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글랜츠는 필립 모리스 담배 브랜드가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말보로는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담배이므로 영화 속 흡연장면이 아예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이어스와 글랜츠를 비롯한 반흡연운동가들은 흡연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18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인 R등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이어스는 욕설이나 폭력, 섹스를 포함한 장면보다 흡연장면이 아이들에게 더 위험하다면서 “내가 알기로 욕설을 들었다고 해서 죽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