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본 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미안하다는 거, 그러니까 니들이 커서 잘하라는 거 외엔… 쩝. 그나마 이 동네도 인플레가 심해진 게 위로가 될까? 우리나라에서 커트라인 제일 높은 대학 경제학과를 나온 금융권의 한 아저씨는 회사를 바꿨을 때 왜 이리 학벌이 없냐는 소리를 들었다던데(미국 유명대학 경영학석사 학위 하나 없냔 말씀), 할 수만 있다면 싸이가 노래하듯 일찌감치 아버지에게 “2천만 가불”해 딴 일을 도모하는 것도 좋겠다. 살인적인 입시 공화국에서 무력하나마 대졸자들이 지켜야 할 ‘금도’는 있다고 본다. 적어도 학력, 학벌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일에는 끼지 말자는 거. 촘촘한 이야기 얼개를 자랑하는 영화 한편을 쓰고 한편을 찍으신 감독님! 한 유명대학 광고에 그 대학의 자랑이라고 등장하셨던데, 이건 아니잖아요. 그 대학이 커트라인 엄청 낮은 대학이라면 모르지만.
꼭 데모도 안 한 선배들일수록 졸업 뒤 학교 근처 술집에 나타나 후배들 앞에 놓고 투쟁가를 목 째지게 불렀다. 웃겼지만 적어도 술값은 냈으니 봐줄 만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막으려고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는데, 데모 한번 안 해본 이들답게 행태가 거시기하기 짝이 없다. 당 대표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자”고 하고 원내대표는 “성스러운 성전” 운운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농성 내내 웃고 놀았다. 사실상 ‘식물정당’이 된 열린우리당이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서 하는 짓이다. 결국 점거 셋째날 여당과 동의안 처리를 미루기로 합의하고 의사일정에 합류했다. 표정관리도 안 되는 따위의 ‘정의’와 ‘성전’ 때문에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 생중계 일정이 뒤흔들려 김봉수(KBS)씨와 마봉춘(MBC)씨의 스케줄도 이원편성됐잖아(가장 열받는 대목임).
아무리 식물정당을 상대하더라도 어떤 ‘금도’는 지켜야 한다. 물리적으로 대치할 힘없는 이를 상대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건 비겁하다. 동물도 그러지는 않는다. 이상 이번주 이원집필 ‘수능 혹은 동물의 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