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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스터 장르 거장들의 실수를 뒤집다, <비열한 거리>
ibuti 2006-11-20

건달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은 감독 민호는 건달 친구 병두에게 진짜 의리에 죽고 사는 찡한 건달 얘기를 부탁한다. <비열한 거리>는 갱스터영화가 품어왔던 질문을 다시 꺼낸다. 영화가 진정 삶보다 큰 건지 아니면 삶의 모방일 뿐인지. 오래전 <공공의 적>에서 제임스 캐그니가 여자의 얼굴에 과일을 짓이기고 <파티 걸>에서 리 J. 콥이 상대방 얼굴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 경악을 넘어 매혹적인 공포로 기억된 갱스터의 존재감은 <대부>에 이르러 정점에 올랐다. 그러나 갱스터 장르의 영광을 부활시킨 프랜시스 코폴라조차 반복한 실수는 관객에게 일종의 판타지를 불러일으켜 폭력적인 세계의 순수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근래 한국에서도 건달 혹은 조폭영화가 장르의 지위를 획득할 만큼 대중성을 확보하고 심지어 이웃 같은 광대형 건달까지 등장한 시점에서 <비열한 거리>가 내비친 주제는 의미심장하다. 친구를 이용해 인정받는 영화감독이란 권력을 취한 남자와 그로 인해 몰락과 죽음의 길을 걷는 한 건달의 비극을 통해 감독 유하는 영화로 은유되는 한낱 영예가 삶의 진정한 실체를 논하기에는 턱없는 것임을 밝혀내고야 만다. 갱스터영화가 자신의 오만을 부끄러워하게 만든 <비열한 거리>의 성과는, 말하자면 더글러스 서크가 멜로드라마에 행한 일을 갱스터 장르에서 재현한 것이라 치켜세울 만하다. <비열한 거리>는 갱스터영화의 시작과 함께 저질러진, 그리고 갱스터 장르의 위대한 장인들이 반복해온 실수를 뒤집는 작업이다. DVD 본편에는 두개의 음성해설이 지원된다. 감독과 PD의 음성해설이 진지한 반면 주연배우들의 것은 다소 산만하다. 두 번째 디스크엔 메이킹 필름(43분), 캐릭터와 배우 분석(40분), 다시 보는 리얼액션 현장(36분), 삭제장면(9분), 아웃테이크(31분) 등 많은 분량의 부록이 담겨 있지만, 편집이 잘된 메이킹 필름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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