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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피를 타고 흐른다, <나쁜 씨>

EBS 11월19일(일) 오후 2시20분

윌리엄 마치의 소설을 영화화한 <나쁜 씨>는 1956년 개봉 당시는 물론이고 여전히 논쟁적인 소재를 다룬다. 소설과 영화는 인간의 나쁜 씨가 세대를 걸쳐 유전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지만, 그건 그리 단순하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나쁜 씨는 반드시 나쁜 수확으로 이어질까? 나쁜 씨란 무엇을 기준으로 할까? 어쩌면 생물학적이고 심리학적인 분석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주장 이면의 사회문화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함의를 밝히는 것이다. 어쨌든 <나쁜 씨>는 충격적인 소재 덕분에 85년에 리메이크된 이래, 2007년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다.

크리스틴(낸시 켈리)에게는 8살 된 딸 로다(패티 매코맥)가 있다. 군 대령이던 남편 케네스(윌리엄 호퍼)가 워싱턴으로 잠시 떠난 뒤, 크리스틴은 로다에게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눈치챈다. 로다는 친구 클로드가 자신을 제치고 상을 탄 것에 대해 심한 질투심을 표현하는데, 때마침 클로드가 물에 빠져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크리스틴은 클로드의 메달을 로다의 방에서 발견하고 클로드의 죽음에 자신의 딸이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크리스틴은 자신을 방문한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입양되었으며, 자신의 친모가 10살 때부터 살인을 저지르던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듣게 된다.

영화는 이 해맑은 어린 소녀에게서 동정심이나 죄의식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듦으로써 사랑스러운 외모와 사악한 내면을 대비시킨다. 여기에는 일단, ‘어린이는 순진하다, 살인을 할 수 없다’는 전제와 소녀의 사악함이란 오직 유전적 형질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전제가 있다. 그래서 영화의 초점은 로다가 왜 이러한 행동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탐구보다는 로다의 잔인함 그 자체에 맞춰진다. 그 씨가 또다시 유전되기 전에 제거되어야 할 존재들. 위험한 전제에서는 위험한 결론이 도출될 뿐이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유일한 자인 크리스틴의 절망과 두려움은 연민을, 인간이 지배할 수 없는 나쁜 씨 그 자체의 힘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나쁜 씨>는 언뜻,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한 오컬트 필름의 효시, <악마의 씨>를 떠오르게 하지만 <악마의 씨>보다 그 맥락을 형성해가는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다.

머빈 르로이는 고전적 갱스터의 원형으로 평가되는 <리틀 시저>뿐만 아니라 전쟁 속 멜로드라마인 <애수> <마음의 여로>를 비롯해 <오즈의 마법사> <퀴리부인> <작은 아씨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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