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출간된 뒤 절판되었던 <핑퐁>은 최고로 손꼽을 수 있는 스포츠물 중 하나인 동시에 잊을 수 없는 성장물이다. 무대는 가타세 고교. 페코라고 불리는 호시노는 탁구에 재능이 있지만 노력을 하지 않고, 스마일이라고 불리는 츠키모토는 천재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승부근성이 없다. 어려서부터 친구인 둘은 같이 탁구를 하지만, 스마일은 페코를 격려할 뿐 나서서 실력을 키울 생각이 없다. 스마일의 재능을 알아차린 탁구부 코이즈미 선생은 ‘언젠가 그 애는 괴물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스마일을 다그치고 다그쳐 연습을 시킨다. 전국 고등학교 체육대회가 다가오고, 둘은 나란히 출전한다. 스포츠는 이기는 게 전부인 세계다. 진 선수는 실력뿐 아니라 인격까지 부정당할 수도 있고, 결국 좌절로 이어진다. 절대 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이기는 것뿐이니, 승부근성이야말로 재능만큼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천재적 재능은 있지만 탁구에 목숨을 걸고 덤비겠다는 마음이 없는 스마일은 탁구에 대해 “즐거우면 돼.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플레이를 위해 뭔가를 희생한다든가, 이기기 위해 누군가를 잡아끌어내리고 싶진 않아”라고 생각한다. 그는 가까울 뿐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하는 친구인 페코가 탁구를 잘하는 모습이 좋을 뿐이다. 그런데 코이즈미 선생은 딱 스마일 같은 탁구 선수였다. 부상입은 몸으로 경기에 나온 절친한 친구를 이길 수 없어서 져주고 그 길로 탁구계를 은퇴한 천재 선수, 버터플라이 조. “(나비의) 그 얄팍한 날개론 바다를 건널 수 없어”라며 스마일을 다그치는 코이즈미 선생은 “다음 단계로 데려다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핑퐁>은 스마일과 페코, 코이즈미 선생 그리고 탁구대회에 나온 선수들이 탁구와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스마일의 재능을 일찍 간파한 다른 학교 선수인 카자마는 “이상을 내세우는 것은 쉽습니다. 다만 이상을 추구하도록 허락받은 인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라며 한계에 절망하지만 또한 최고의 플레이를 원하기 때문에 스마일에게 “상대 선수의 심정을 고려하며 치는 자네의 공은 실로 추하다. 오만방자하지”라고 말한다. 5권에 이르면 주요 등장인물들이 플레이하던 그 모습 그대로 성장해 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탁구대와 눈앞의 현실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핑퐁>은 승부 여부를 떠나 감싸안는다. 날지 못하는 새도 있지만, 날지 않아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