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는 19세기 말은 기계문명의 기적과 눈앞에 다가온 20세기에 흥분한, 모두가 앞으로 달리고 있는 시대일 것이다. 그러나 제롬 K. 제롬과 그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진정 바쁘게 살기 시작한 시대에 게으른 자로 남아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증기선을 미워하고, 성미 급한 갑문지기를 비판하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따기 위해서만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한 게으른 녀석에 대한 게으른 생각>으로 작가가 된 제롬 K. 제롬은 세 게으른 녀석과 게으른 개 한마리에 대한 이야기 <보트 위의 세 남자>로 많은 이들에게 마음껏 게을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여유를 주고 있다.
화자인 J는 폭스테리어 몽모렌시와 두 친구와 함께 휴식을 위한 2주간의 템스강 보트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조지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은행에서 잠을 자다가 오는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시 말하면 은행원이고, 해리스는 어느 지방에 가도 괜찮은 위스키를 파는 모퉁이 술집을 찾아내는 능력을 지닌 남자다. 첫날부터 늦잠을 잔 일행은 여행 내내 암초에 부딪힌다. 냉육에 발라먹을 겨자를 빼먹었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보트를 어느 섬에 매두었는지 잊어버려 비오는 밤에 섬 네개를 헤매고, 백조떼의 습격을 퇴치한다. 이기적이면서도 태평한 어조로 이 어설픈 여행담을 전하는 화자는 물론 작가(제롬, J)일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실제 친구들과의 여행담을 진실하게 전했다고 맹세하는데, 과연 그렇다면, 작가가 이들과 함께 독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속편과도 같은 <자전거를 탄 세 남자>가 그 이야기. 코니 윌리스의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 형식과 내용의 영감을 주었던 <보트 위의 세 남자>는 작가의 서비스처럼 이어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괴담까지 읽어야만 완성되는 소설이다. 이 괴담들 또한 J와 친구들처럼 나태하고 제멋대로이며 매우 웃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