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감성을 요리하라. 올해로 6회를 맞이한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이 11월17일부터 25일까지 홍익대 앞에서 9일간의 축제를 연다. 류승완, 최진성 등의 감독을 비롯해 비디오아티스트 2세대로 주목받는 많은 작가들을 발굴했던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 2년 전 지금의 이름으로 새롭게 탄생한 뒤 맞이하는 3번째 행사다. 축제의 전신이었던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 수면 아래 존재하던 인디영화들을 좀더 많은 관객에게 알리기 위한 기획이었다면,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은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미디어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자 하는 자리다. 비디오, 사운드, 넷을 자유롭게 이용해 기존의 대중매체가 양산해온 획일적인 문화를 탈피한 대안적 미디어를 생산하는 것이 축제의 지향점. 메인 상영관인 대안공간 루프를 중심으로 홍대 주변 갤러리 및 카페, 클럽 등에서 다채로운 작품을 상영·전시할 계획이다.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네마 구애전’은 디지털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실험영상 등 공모를 통해 선발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올해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을 담은 ‘말과 꿈’, 시각적인 실험이 돋보이는 ‘상상날개’,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도드라지는 ‘거대한 독백’, 사회·정치적 관점이 반영된 ‘잠정적 대화’ 등 총 6개의 섹션에 49편의 작품이 마련됐다. 자살을 계획한 여자가 직접 꽃상여를 꾸미고 장례식 음악을 선곡하며 저승사자와 맞닥뜨린다는 독특한 내용의 영화 <꽃상여27>, 화려한 꽃무늬 옷의 이미지를 이용해 중년 여성의 실현되지 못한 욕구를 비틀어 표현한 실험영상 <꽃이 만발, 아가야 울지마>, 슈퍼맨 망토를 걸친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국사회의 가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경쾌하게 조롱한 애니메이션 <Ultra super power father> 등 짧지만 신선한 발상과 화법이 빛나는 작품들이 고루 준비되어 있다.
‘네마 친구열전’은 해외의 유수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및 미디어아트 아카이브와의 교류를 통해 초청된 해외 작품들을 상영하는 자리다. 올해는 일본의 대표적 미디어아트 축제인 ‘닷무브페스티벌’의 상영작 23편을 포함해 총 52편의 작품이 관객을 찾아간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미국의 미디어아트 배급사 EAI가 선정한 ‘떠오르는 작가들’의 작품들. 호러영화 <마스크 오브 사탄>(1960)의 단편을 차용해 환각적인 영상을 선보이는 다케시 무라타의 <무제>, 피트니스 비디오를 변형해 기묘한 시청각 효과를 보여주는 섀나 뮬턴의 <3D 매직아이포스터로 자유롭기> 등 4편의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특별 기획전 형식으로 펼쳐지는 ‘네마 놀이터’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미디어의 소통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이다. 손정림, 김희영, 오종훈, 추은영 등 4명의 작가들이 인터랙티브 비디오 설치를 통해 개인적 기억의 일부를 관객과 공유하는 ‘기억의 재구성’전을 비롯해, 마포FM을 통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공중파 놀이터’, 온라인상의 비영리적 정치·사회 활동들을 소개하는 ‘리액트!’전 등 비디오, 사운드, 넷을 오가는 다양한 전시들이 준비되어 있다.
여성주의적 감수성을 맛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걸프렌즈, 미디어 빠워!’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네마 공작소’가 바로 그것. 그동안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하는 워크숍 형태로 이루어져온 ‘네마 공작소’가 올해는 여성주의 미디어 액티비스트 양성을 목표로 7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배출된 23편의 작품들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첫선을 보일 예정이며, 신진 작가들과 관객과의 만남의 자리도 마련된다. 이 밖에도 실험 비디오 제작 지원 프로그램인 ‘대안시각프로젝트’, 홍대 앞 카페, 바, 클럽 등에서 영화제의 상영작들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 전시 프로젝트’, ‘클럽 비주얼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어 있다. 각각의 상영작들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행사장 위치 등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www.nemaf.net)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