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더 씨>가 헌사를 바치는 인물 바비 대런은 1936년 뉴욕에서 태어나 1973년 LA에서 생을 마친 뮤지션이다. 영화의 제목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그의 동명 히트곡에서 가져왔다. 어린 시절 앓았던 류머티즘 열병으로 심장이 파손되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지만 의사가 생각했던 기간보다 훨씬 오래 살아 많은 삶의 일화와 노래를 남긴 바비 대런, 그의 37년간의 역정을 압축하여 그려낸 것이 이 영화다. 장애를 극복하고 꿈을 이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늘 누군가를 자극하게 마련인데, 바비 대런의 이 일대기에 크게 매혹된 건 다름 아니라 배우 케빈 스페이시다. 케빈 스페이시는 주인공 바비 대런 역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프로듀서와 각본으로 일부 참여했고, 연출을 직접 맡았다. 유년 시절에 어머니를 비롯한 온 가족이 바비 대런의 음악에 빠져 있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케빈 스페이시의 말에 따르면 바비 대런의 전기를 읽은 다음에야말로 이 영화를 정말 하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고 한다. 이미 80년대의 일이고, 꾸준하게 워너브러더스를 설득하여 2004년에야 이뤄낸 일이니 일견 케빈 스페이시의 꿈의 프로젝트쯤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비욘드 더 씨>는 불세출의 뮤지션을 소재로 만든 전통적 방식의 전기영화다. 가령, 최근 영화 중에는 조니 캐시의 삶을 다룬 <앙코르>를 떠올리면 된다. 이미 인생의 정점을 약간 지나버린 스타가 있다. 그의 회한을 따라 유년 시절이 펼쳐지고 거기서 영화는 다시 시작한다. 그 어떤 불운이 있어도 그것이 유명과 성공의 길을 가로막지는 못한다. 그리고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중요한 일화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성공 이후에는 반드시 변화와 굴곡의 지점이 있으며, 거기에 덧붙여 크나큰 삶의 성찰과 불꽃같은 마지막 무대가 있다. 주로 그 무대는 처음 앞의 무대와 꼬리를 잇는 것이 보통이다. 전통의 방식으로 만든 전기영화란 뜻은 <비욘드 더 씨> 역시 이러한 궤적을 따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틴에이저 팝 스타로 시작하여, 라스베이거스 클럽 무대의 재즈 황제로, 그리고 정치적인 성찰 이후 사회를 노래하는 포크 가수로 변신해간 바비 대런의 음악적 삶의 궤적이 펼쳐진다. 뮤지션을 다룬 여타의 전기영화에 비해 크게 더 창의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비욘드 더 씨>의 흥미로운 점은 케빈 스페이시라는 걸출한 배우가 바비 대런의 분신이 되어 펼치는 연기(립싱크를 포함하여)와 노래에 있다. 케빈 스페이시는 이 영화가 일종의 향수어린 뮤지컬, 혹은 뜨거운 호응 속에 펼쳐지는 클럽에서의 공연처럼 보이기를 원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