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영화 스탭에게 있다. 멀티플렉스 운영과 관리가 매니저와 슈퍼바이저의 몫이라면 고객과 직접 마주치고 매 순간 서비스를 감당하는 것 역시 영화관 스탭이다. 시급 3700~4400원, 야간근무시 원래 시급의 1.5배인 5500원, 영화는 공짜, 평균 근무시간 6시간, 주 5일 근무, 평균 연령 20∼23살, 대학생이나 휴학생, 여성 비율이 70~80%, 평균 근무기간 1년 이상, 사이트당 100~120명이 근무하는 멀티플렉스 스탭. “사람에 따라 가장 쉬울 수도, 가장 까다로울 수도 있는 아르바이트”라는 신기묘 슈퍼바이저의 말처럼 멀티플렉스 스탭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슈퍼바이저와 스탭의 관계는 교생과 학생처럼 보인다. 10여명의 스탭을 한명의 슈퍼바이저가 담임을 맡아 관리하는 구조나 용모검사, 조회 같은 절차는 학교를 연상시킨다. 한창 바쁜 순간에는 슈퍼바이저, 스탭 구분없이 현장업무를 하는 모습은 한팀에서 뛰는 노장과 신참처럼 느껴진다.
친구 사귀기에 경력까지 실속있는 알바
멀티플렉스 스탭 아르바이트는 경쟁률도 꽤 높고 근무하는 기간도 길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스탭들에 의하면 “또래들과 어울리는 재미와 서비스 업종에서 좋은 경력이 되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1년6개월간 상암에서만 일한 윤수형 스탭은 “제일 좋았던 일도, 힘들었던 일도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용산 이정석 매니저는 “이곳처럼 또래 친구를 120명이나 만날 수 있는 장소가 흔하지는 않다”고 설명한다. 강변CGV나 메가박스 코엑스처럼 오래된 사이트일수록 장기간 근무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인간관계와 ‘오픈 스탭’이라는 요소 때문이다. 오픈 스탭은 사이트가 처음 개관할 때 스탭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익산CGV에서 스탭으로 2년간 일했던 용산 엄은애 슈퍼바이저는 “처음 70~80명이 오픈 스탭으로 시작했는데 한두명이면 몰라도 1년쯤 지나 30~40명이 한꺼번에 그만뒀을 때 힘들었다. 주변에 친한 동료가 그만두면 정말 많이 흔들린다”고 기억했다. 관악 오픈 스탭이던 용산 김보경 교육생은 “오픈 멤버는 느낌이 다르다. 처음 똑같이 시작하는 처지라 정이 더욱 돈독해지기 쉽다. 아직도 자주 연락하고 헤어질 때도 아쉬워서 펑펑 울기도 했다. 함께 있던 시간은 한달 남짓이지만 일년 넘은 것처럼 느껴진다”고 전했다. 영화관 스탭은 안정된 아르바이트인 동시에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윤수형 스탭은 “연애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들은 숨기지만 동료들은 대부분 금방 알아차린다. 어느 날, 같이 술을 먹었는데 한 남자 스탭이 여자 스탭을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는데 택시 안에서 남자 스탭이 사귀자고 프러포즈를 했다. 다음날 와서는 ‘우리 오늘 이틀째야’ 이러더라. 다 같이 술먹고 왜 자기들만 그러는지 모르겠지만(웃음), 그 남자 스탭의 집이 원래 나와 같은 방향인데 그날 굳이 반대 방향으로 가더라. 두 사람은 아직 6개월째 사귄다”라고 말했다. 한 스탭은 “사실 남자 스탭 중에는 예쁜 여자 스탭들과 교제하려는 불순한(?) 목적으로 지원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어떤 스탭은 여자친구의 권유로 무작정 지원했는데 자신은 합격하고 여자친구는 떨어지는 황당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그는 여자친구와는 결별했지만 4개월째 꿋꿋하게 스탭으로 일하고 있다. 보통 오후 8시에 퇴근하는 스탭들은 잦은 술자리 때문에 월급이 남아나질 않는다.
한편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멀티플렉스의 문을 두드리는 친구들도 많다. CGV는 1년에 두번 정도 내부채용을 통해 우수한 스탭을 슈퍼바이저로 선발한다. 상암 이재희 매니저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필요한 동기부여”라고 평했다. 내부채용이 아니더라도 스탭 경험을 바탕으로 공채를 통해 슈퍼바이저가 된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메가박스에서 스탭으로 일했고, 대학 졸업 뒤 일반 직장을 다니다가 스탭으로 복귀한 조현정 스탭은 슈퍼바이저를 지망한다. “슈퍼바이저 업무를 실제로 지켜볼수록 하고 싶다는 의지가 굳어졌다. 스탭을 거치지 않고 슈퍼바이저가 된 분들은 스탭의 마음을 정확히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 자리에 가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스탭 업무를 통해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간호사 취업이 확정된 2년 경력의 상암 서가은 스탭도 “단순한 알바가 아니라 학생으로서 직장을 갖기 전에 사회를 접하는 측면이 강하다. 간호사도 서비스 개념이 많이 도입됐고 그런 점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멀티플렉스 스탭은 졸업 이후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업 취업률이 높은 편이다. 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용산 최민희 스탭은 “골드 클래스 업무는 스튜어디스 업무랑 비슷한 점이 많다. 아르바이트지만 작은 직장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영화과 2학년인 상암 박영균 스탭은 “영화 전공자로서 영화를 많이 보는 일뿐만 아니라 영화현장에서도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을 배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빨간 립스틱, 휴대폰 금지 등 업무규정 엄격
인기있는 스탭 아르바이트의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다. 뽑히기도 힘들지만 업무 강도도 높다. 서비스 데스크를 담당하는 신촌 홍혜경 스탭은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을 매일 수백번 반복하는 일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앉기가 거의 불가능한 여자 유니폼은 기본, 매표소와 서비스 데스크에서도 신발을 벗거나 슬리퍼를 신는 일은 엄격히 금지된다. 원칙적으로 잡담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마를 훤히 드러내고 빨간 립스틱을 칠하고 일해야 하는 환경이 싫은 어린 나이기도 하다. 상암 옥은실 스탭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저를 보더니 ‘은실아, 네가 꼭 그래야 되겠니?’라더라”며 웃기도 했다. 이마가 드러나도록 머리를 묶는 일로 스탭과 슈퍼바이저 사이에 자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신기묘 슈퍼바이저는 “예전에 고객 의견 중에 ‘친절해도 단정하지 않으면 친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내용을 본 적 있다. 그런 차원에서 스탭들이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머리 스타일에 다소 여유가 있던 상암은 현재 다른 사이트와 똑같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빨간 립스틱도 논란의 대상이다. 엄은애 슈퍼바이저는 “빨간 립스틱을 바르면 건강해 보인다. 6시간 동안 매표에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배도 고프지만 무엇보다 얼굴이 지쳐 보인다. 그래서 입술이 지워지면 다시 가서 바르고 오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스탭은 “입술이 너무 새빨개서 이상하다는 손님도 꽤 있다”고 응수했다. 슈퍼바이저와 스탭은 업무시간 동안 휴대폰을 소지할 수 없다. 무전기를 통해 모든 업무사항이 전달되고, 불필요한 통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극장 스탭 중 외부업무가 많은 편인 매니저만 유일하게 휴대폰을 지참할 수 있다. 엄은애 슈퍼바이저는 “업무에는 휴대폰보다 무전기가 당연히 효과적이다. 즉시 연결되고 안 받을 수가 없다.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사무실로 전화를 하고 메모를 남긴다. 식사시간에만 잠깐 확인하는데 처음에는 친구들이 부재중 전화를 몇 십통씩 했다. 이제는 일 때문인 줄 아니까 친구들이 거의 전화하지 않는다. 가끔 여덟 시간 동안 한 통화도 걸려오지 않은 전화기를 확인하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규정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근태가 충실하지 못한 스탭들은 스탭들의 ‘공공의 적’이다. 윤수형 스탭은 “기수와 시기에 따라 차이가 많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면이 있었지만 교육을 느슨하게 받은 분들은 지각, 결근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당연히 통제도 안 된다. 그 사람이 빠지면 나머지 스탭이 얼마나 힘든지 정작 그 사람은 전혀 모른다. 본인은 힘든 경우를 겪지 않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두세명 쌓여 마감을 다섯명이 했던 때도 있다. 포지션 다섯개에 한명씩 들어가니까 거의 실신한다. 20kg이 넘는 콜라 시럽을 여자 스탭 혼자서 나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명 상암 매점 마감의 암흑기. 남자는 한명도 없고 결근자마저 생긴 상황에서 팝콘 다 빼내고, 시럽 옮기고, 주재료 창고로 오가던 시절이었다”라고 말했다. 신촌의 한 스탭은 “여자 스탭 사이에서는 누가 서비스 데스크에 가느냐를 두고 파벌이 생기기도 한다. 시샘이나 질투 때문인데 그런 상황도 너무 불편하다”라고 했다.
고객 때문에 울고 고객 때문에 웃고
고단한 업무와 엄격한 근무환경보다 그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고객의 클레임(claim)이다. 서비스상의 실수에 대한 사과와 사후 조치는 당연하다. 그러나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하는 고객이 꽤 있다는 게 문제다. 상암 김정연 슈퍼바이저는 “얼굴 보자마자 반말하거나 욕설하는 사람. 심지어 때리려 하거나 물건 던지는 사람도 있다. 상암은 주차장이 서울시 소유라서 우리 맘대로 할 수 없다. 축구경기가 있으면 완전히 경기장쪽에 내줘야 하고 주말에는 공원방문객 때문에 쉽게 들어찬다. 그 때문에 발생하는 고객의 분노는 전부 우리에게 쏟아진다”고 말했다. 어떤 고객은 매일 ARS로 네다섯번씩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특정 영화의 감독과 주연배우를 질문했다. 어느 날 그 고객이 극장에 나타나서 슈퍼바이저에게 “애들 교육 똑바로 시켜라!”라고 일갈한 사건은 멀티플렉스 스탭 사이에선 유명하다. 화장실이 급했던 한 아주머니는 상영관 문을 열려다가 극장 안에서 그대로 용변을 본 해프닝도 있었다. 마침 상영관 패트롤을 돌다가 문을 연 남자 스탭은 기겁했다. 공원에 있던 노숙자가 매점으로 달려와 팝콘을 집어들고 달아난 사건도 잘 알려진 일화. 신촌 김원진 매니저는 “코엑스에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상영 때 교회 신자들이 단체 관람을 왔다. 상영 내내 “오 주여” 하며 기도해서 관객 항의가 빗발쳤다. 게다가 그쪽은 항의하는 관객에게 “사탄”이라며 비난했다. ‘나도 크리스천’이라며 거짓말해서 겨우 달랬다”는 해프닝을 소개했다.
엄은애 슈퍼바이저는 “이런 말하면 고향 아저씨들이 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익산에는 약간 형님들이 많다. (웃음) 조금만 잘못해도 막 욕하니까 처음에는 눈물이 절로 나왔다. 어린 나한테 왜 이렇게 심하게 욕을 하나 싶더라. 오래 근무하면서 이분들이 어떻게 하면 화를 덜내는지 노하우가 약간 생겼다. 선임스탭 때 신입이 무전을 쳐서 갔더니 과거의 나처럼 똑같이 당하고 있더라. 그래서 똑바로 쳐다보며 ‘죄송하지만 반말, 욕설은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내가 집에 가면 너만한 딸이 있다’고 윽박지르기에 ‘죄송하지만 저도 집에 가면 아저씨보다 나이 많은 아버지 계세요’라고 답했다. 속으로 화를 낼까봐 벌벌 떨었는데 ‘아가씨 일 잘하네. 맘에 든다’고 웃더라. 그 이후에는 다른 스탭들도 그런 상황이 되면 계속 불러 곤란하기도 했다”고 기억했다. 상암 서가은 스탭은 “업무는 손에 익으면 쉽다. 클레임이 가장 힘들다. 우리가 일부러 떨어진 좌석을 주지는 않는다. 아니면 맨 앞자리를 설명없이 배정하는 경우도 실수가 아니라면 발생하지 않는다. 분명히 설명했는데 확인도 없이 극장에 들어갔다가 자기들은 ‘맨 뒤라고 들었다’고 우기는 관객도 꽤 있다”며 씁쓸해했다. 매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박영균 스탭은 “결제가 끝났는데 메뉴를 바꾸는 손님들이 있다. 한번은 결제가 끝났는데 바꿔달래서 환불하고 다른 메뉴로 바꿔줬는데. 둘이 막 이야기를 하더니 다른 걸 먹겠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결국 네번을 바꿔줬다”고 말했다. 감정적인 항의는 스탭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긴다. 윤수형 스탭은 “심하게 클레임을 당하면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자친구가 CGV슈퍼바이저라는 신촌 손주창 슈퍼바이저의 말처럼 “컴플레인이 자꾸 들어올 때. 그 순간은 넘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좀더 근본적으로 왜 계속 컴플레인이 발생할까 하는 회의가 드는 순간이 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극장이라고 나쁜 사람들만 있을 리는 없다. 사소하지만 따뜻함을 주는 관객도 있다. 바나나 한 송이, 음료 한잔을 건네며 휙 돌아서는 친절한 아저씨나 불편한 몸으로 멀리 떨어진 극장을 찾아와 눈인사를 건네며 아는 척을 하는 장애우 고객은 그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조현정 스탭은 “갑자기 즐거워지는 순간이 있다. 늘 우리가 먼저 인사를 한다. 그런데 간혹 손님 중에 웃으며 먼저 인사하는 분이 있다. 카드 같은 것도 미리 준비하고 티켓을 받은 뒤에도 건네는 인사 한마디가 제일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골드 클래스에 근무하는 김보경 교육생은 “마일리지가 쌓여서 골드 클래스를 관람할 수 있을 때 보통 남자친구랑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하루는 20대 여자 손님이 어머니와 같이 오셨다. 나이드신 어머님이 처음 받는 서비스에 너무 어색해하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나 같으면 멋진 남자친구랑 왔을 텐데 하고 생각했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촌 이은경 스탭은 “불만이 있어서 왔더라도 설명을 듣고 이해해주는 손님들이 제일 고맙다”고 밝혔다. 이재희 매니저는 “대부분 대학생인 스탭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사회의 지성인이며 자기 생각이 있는 그들이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손님에게 인격적인 모독을 받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스크린 뒤편에서 바라본 멀티플렉스는 그렇게 사회와 인간성을 함께 목격하고 배워가는 공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을 쏘아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관은 분명 꿈의 공간이다. 나의 동료, 친구, 후배, 동생, 여자친구일지도 모르는 멀티플렉스의 수많은 스탭들에게도 영화관이 미래의 꿈을 키우고 우정을 기약하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기억되도록,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지켜보는 일도 또 하나의 즐거운 ‘관람’이 될 듯싶다.
관객 폭언 베스트 5
이런 관객 정말 싫어요
“야 너, 말 한마디라도 제대로 못하면 오늘 죽을 줄 알아.” 주말마다 열리는 축구경기 때문에 주차를 하지 못한 관객이 상암의 모 슈퍼바이저에게 건넨 한마디. CGV상암은 국가대표 축구시합이라도 있는 날이면 전 스탭이 주차장 문제로 두려움에 떤다. 축구경기도 영화관람도 대중교통으로 이용해주는 센스가 필요할 듯하다.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모기업의 누구 친군데. 너 오늘부로 여기서 잘릴 거야.” 호언장담형 관객이 자주 건네는 말로 CGV용산 이정석 매니저가 꼽은 제일 듣기 싫은 말. 비슷한 맥락으로는 “넌 됐으니까 책임자 나오라고 해”와 “여기 사장 누구야?”가 있다. 무조건 소리지르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는 잘못된 통념에서 비롯되는 행동과 무조건 윗사람을 선호하는 권위주의가 결합된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너 내가 못생겨서 그러지?” 주차권 문제로 메가박스 손주창 슈퍼바이저에게 항의하던 관객이 남긴 한마디. 서비스 데스크에서 자주 발생하는 전형적인 동문서답에 자기비하적 발언이 맞물린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래? 정말 잘못했으면 무릎 꿇어봐.” 상암 이재희 매니저가 스탭 대신 사과하다가 들은 폭언. <손님은 왕이다>를 너무 자주 관람하셔서 생긴 왕정복고적 착시 현상의 결과로 보이는 사례. 이 기준이면 1년 동안 한국에서 왕 노릇할 사람만 1억7천만명이다. 골드 클래스에서나 공손하게 무릎 서빙 요구하시기를.
“여긴 다신 안 와.” 영화관람 뒤 떠나가며 자주 남기는 인사로 비슷한 표현으로는 “여기는 왜 이래?” “다른 어디는 좋은데 여긴 개판이네” 등이 있다. 어린 자식의 성적을 옆집 아이와 비교하는 학부모의 나쁜 습관에서 비롯된 풍습. 안 오시는 건 좋은데 고래고래 그걸 선언하실 필요는 없다.
멀티플렉스 스탭 전문 용어집
멀티플렉스 알바에 도전하고 싶다면 알아두자
*JS/ 일명 진상. 일반 술집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박스1에 제시된 보기 싫은 손님들을 통칭하는 어휘.
*줄 뺀다/ 매점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릴 때 한줄씩 맡아 대기 손님을 줄여나가는 일을 지칭하는 말.
*포스를 뚫는다 /포스(POS)는 매표소, 매점에서 계산하는 컴퓨터 시스템. ‘포스를 뚫는다’는 직원마다 각각의 정산 계좌를 만든다는 뜻. 즉 그 자리에서 발생하는 수입과 지출에 대해 개인이 책임진다는 뜻이다.
*텐사/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설 때 구획을 나누는 장치. 가이드라인을 칭하는 스탭 용어.
*시범 상영/ 개봉을 앞둔 영화들을 미리 스탭들에게 상영하는 일. 스탭들이 가장 좋아하는 행사. 화요일, 수요일 새벽에 주로 이루어진다. 테스트 시사, 기술 시사를 지칭하는 단어.
*상영관 패트롤/ 상영 중간중간에 들어가서 상영 상태, 음향, 온도 등을 체크하는 사람들. 매일 4∼5명이 교대로 활동한다. 1명이 하는 경우에는 영사사고를 놓치거나 클레임에 늦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화장실 패트롤/ 상영관 스탭 중 정기적으로 화장실을 점검하는 사람들. 스탭들이 제일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
*선임스탭, 크루/ 선입스탭은 슈퍼바이저와 스탭 사이에 존재하는 숙련된 스탭을 뜻한다. 보통 근무기간은 1년 이상, 주 3∼4회 근무. 슈퍼바이저 대신 스탭에게 업무 제반 사항을 알려주기도 한다. 크루는 메가박스에서 스탭 아래의 파트타이머를 지칭하는 단어.
*깔끔이와 꼬질이/ 아침조회마다 행하는 용모검사에서는 한명의 깔끔이를 결정한다. 깔끔이는 마일리지를 포상으로 받고, 꼬질이는 불량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