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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k by Me] 경국지색, 스캔들 메이커
김유진 2006-11-13

미모로 세상을 뒤집어버려!

수억명의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잘난 것도 죄라면 죄. 후천적인 노력이야 ‘인간승리’니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지만, ‘신은 평등하다’는 명제에 의구심이 들 만큼 조물주의 편애를 듬뿍 받고 태어난 듯한 존재들을 볼 때면, 삶의 의욕이 꺾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란 끝없이 그 대상을 갈구하거나, 아님 시기와 질투로 헐뜯기. 이러한 행위가 ①특정 다수의 공동체에서 ②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③발없는 소문으로 승화될 만한 꼬투리를 잡았을 때, 생기는 것이 바로 스캔들이다. 스캔들이 무르익기 위해서는 그중 ③번 조건의 영향력이 절대적인데, 대중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섹스 스캔들이야말로 스캔들의 지존. 그래서 꼽아봤다. 신이 내린 완벽한 외모와 몸매를 가지고,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가족을, 동네를, 학교를,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는 스캔들 메이커들. 누가 누가 있을까?

5위는 <LA 컨피덴셜>의 린(킴 베이싱어). LA의 추악한 부패와 음모를 각자의 방식으로 파헤치는 두 형사 버드(러셀 크로)와 에드(가이 피어스)는 수사과정에서 만난 린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매혹적인 금발에,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에 버드는 ‘완전 올인’하고, 에드 역시 그녀에게 끌린다. 극 초반부터 티격태격. 성격도, 수사방식도 달랐던 두 사람의 갈등이 다시 폭팔하는 계기도 버드가 린과 에드의 관계를 의심하면서부터. 형사의 본분을 망각하는 눈빛으로 린을 바라보는 두 형사를 보면, ‘미인계’는 확실히 실효성이 있는 모양.

4위는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최수현(이병헌). 신이 이 남자에게 부여한 것은 단지 완벽해 보이는 외모에 그치지 않는다. 상대방의 숨은 욕구를 자극하고 끄집어내는 재주. 사귀는 남자가 있던 재즈 가수 한미영(김효진)의 마음을 흔들어놓고는, 어느새 미영의 두 언니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접근한다. 무뚝뚝한 의사 남편과의 관계가 불만족스러운 큰언니 한진영(추상미)에게는 ‘아름답다’는 칭찬으로 싱숭생숭하게 하더니, 대낮 거실에서 한복바람으로 민망스러운 장면을 연출하게 하고, 공부벌레 둘째언니 한선영(최지우)에게는 ‘정신적, 육체적 사랑’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책이 아닌 체험을 통해 경험케 한다. 세 자매를 동시에 홀려버린 그의 완벽한 미모와 재주로 순위권 진입, 다만 은밀하게 진행된 점에서 4위로 밀림.

3위는 <트로이>의 헬레나(다이앤 크루거).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버린 사람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랜도 블룸). 하지만 안타깝게도 헬레나의 신분은 스파르타 왕비다. 즉 유부녀라는 말씀. 남편인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와의 나이 차가 두 바퀴는 돌고온 띠동갑 같아 보이니, 들이대는 꽃미남 파리스에게 끌리는 것이야 정상참작이 되지만, 이 사랑이 그리 쉽게 수습될 것 같지 않으니 문제다. 아내를 빼앗기고 체면 제대로 구긴 메넬라오스가 형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의기투합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이 전쟁에 동원된 수많은 병사들과 파리스의 멋진 형 헥토르(에릭 바나)까지 죽음을 맞게 되니, 스캔들의 중심에선 헬레나 왕비의 파급력을 높이사, 3위에 등극.

<누가 그녀와 잤을까?>

2위는 <누가 그녀와 잤을까?>의 엄지영(김사랑). <몽정기>의 학교에 부임한 김유리 선생님도 저리 가라할 만한 완벽한 보디라인의 소유자가 사춘기의 절정을 보내고 있을 시커먼 남자고등학생들이 가득한 미션스쿨에 교생으로 부임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학교 축제 날 도서관에서 학생주임 시라소니(이혁재)가 남녀가 뒤엉킨 그림자와 신음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자마자, 초절정 미모의 엄지영 선생이 학교를 뒤집어놓을 만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 관심은 영화의 제목처럼 ‘그녀가… 누구와?’의 문제로 귀결될 뿐이다. 여러 정황과 프로필상 미션스쿨에 어울리지 않는 세 남학생, 학교 킹카 태요(하석진)와 40대의 얼굴을 한 순수소년 재성(박준규), 들이대고보자는 막무가내 명섭(하동훈)이 물망에 오르는데, 과연 그녀는 누구와 잤을까.

<말레나>

1위는 <말레나>의 말레나(모니카 벨루치). 시실리의 작은 마을이 뒤집어진 것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궁극의 미를 보여주는 말레나의 남편이 전쟁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부터다. 마을의 아내들은 남편 단속 차원에서, 마을의 남편들은 아내 눈치보느라, 말레나는 일하기도, 이웃과 따뜻한 말 한 마디 나누기에도 쉽지 않다. 모두 외면하지만, 사실 모든 이들의 절대적 관심을 받는 말레나의 일거수일투족은 그래서 소문이 되고 스캔들이 된다. 결국 시기와 질투를 담은 사람들의 폭력으로 불쌍한 신세가 되는 말레나. 이쯤 되면 그녀의 아름다움이 잘못이 아니라, 그녀를 아름답게 만드신 신의 잘못이 크다는 생각이 드는 건 오버인가? 에헴, 어쨌든 그래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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