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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발리우드, 다른 언어로 영화 두번 찍기 열풍

영어권 영화시장 노린 아이디어, 제작비·흥행 실패 등 부담에도 여러 편 촬영 진행 중

한편의 영화를 영어와 자국어로 두번 찍는 일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더빙이 아니라 두번 촬영하는 것이다) 발리우드에서는 낯선 일이 아니다. 두 가지 언어로 촬영된 영화가 발리우드의 박스오피스를 점령한 적은 없지만 발리우드가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이러한 작업에 영화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isna> <Bride and Prejudice> <Viruddh> <Astitva> 등은 영어와 힌디어 버전으로 두번 촬영을 시도했던 영화들이다. 이중 <신부와 편견>으로 한국에도 소개됐던 <Bride and Prejudice>를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없다. <Viruddh> <Astitva>는 제작비 문제로 중도에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Kisna>의 경우, 영국 배우와 인도 배우가 함께 출연하여 영어와 힌디어로 두번 촬영했다. 이 때문에 제작 당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상업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왜 두배의 제작비를 들여가면서 이러한 작업을 하는 것인가? 이유는 간단하다. 발리우드가 영어권 국가들을 미래의 시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과정이 결코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영화감독 마헤쉬는 “두 가지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일단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다. 다른 언어로 영화를 한번 더 촬영한다는 것은 새로운 영화를 한편 찍는 것과 같다. 특히 발리우드같이 뮤지컬 형식의 영화가 많은 경우 뮤직비디오같이 수많은 장면들을 모두 다 새로 찍어야 한다”며 “아이디어는 좋지만 사실은 고통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수바쉬 가이 감독은 “국경을 넘은 사랑 이야기를 담은 <Kisna>를 만들면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싶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되고 지난 뒤 깨달은 것은 인도 관객이 아직 그런 실험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두 가지 언어로 찍은 발리우드영화들의 흥행성적이 신통치 못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영어로 대사를 하는 인도 배우가 관객에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졌고, 그런 영화들을 유통시킬 튼실한 배급망이 없었다. 또한 영어로 촬영을 시도하는 영화들이 소수의 엘리트들이 좋아할 주제나 도시적인 느낌, 최신 유행을 담아내는 데만 주력한 것도 흥행 실패의 원인이라 하겠다. 게다가 “언어에 따른 감정표현과 심리묘사 방식들이 적당하지 않아서 인도 시골 지방의 이야기를 영어로 표현하면서 그 정서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라고 영화전문가 프리티쉬 난디는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제작자들이 두 가지 언어로 영화를 찍는 일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미 <Elizabeth>로 할리우드에 명성을 떨친 세카르 카푸르 감독이 힌디영화 <Paani>를 <Water>라는 영어 제목으로 해 베리 오스본을 주연으로 촬영 중이고 이외에도 4∼5편의 영화가 영어와 힌디어 버전으로 두번씩 촬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