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1. 낯선 동네에 가면 방문목적 관계없이 복덕방에 나붙은 시세에 먼저 눈이 간다. 2. 새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 무조건 불안해진다. 3. 습관적으로 새도시 개발지와 직장과의 교통편을 따져본다. 4. 금리 변동에 빠삭하고 억단위 대출금 이자 계산이 자동으로 된다. 5. 누군가를 만났을 때 어느 동네에 사는지 알아야 대화가 편해진다. 6. 한술 더 떠 몇평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모르면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아파트 노마드족’은 그래서 피곤하다. 집이 있건 없건 집으로 한몫 잡는 대열에 끼거나 밀려나지 않기 위해 이 동네 저 동네 집값 알아보랴, 한몫 잡고 잘난 척하는 사람 째려보랴 눈도 충혈돼 있다. 깔고 앉은 집의 평당 가격이 자신을 설명한다고 여기는 탓에 이 ‘새도시 공화국’의 노마드족은 원래 뜻대로 불모지를 개척하는 유목민이 아니라 개발지를 떠다니는 이민자가 됐다.
건설교통부가 인천 검단에 분당만한 새도시를 세우고 원래 있는 경기 파주 새도시는 더 키운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분당보다 더 큰 강남의 대체도시를 개발하고, 수도권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무제한 택지를 공급하겠단다. 최근 서울과 강남의 집값이 또 올라 서두르는 거란다. 수도권 과밀을 막겠다며 수도 이전을 추진해 ‘난리굿’을 벌인 게 이 정부 아니었나? <한겨레> 장봉군 화백의 지적처럼 참여‘러가지 하는’ 정부답게, 건교부 장관이 “집값은 곧 잡힐 것이니 지금 집을 살 필요없다”는 컨설팅까지 친절하게 해준다. 그러면서 투기억제책은 변함없고, 공급확대로 기대감을 심어줘 수요층의 심리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인천 검단동의 한 아파트 전시관에는 청약 신청자가 떼로 몰려, 닷새 전 단 한건의 청약도 없이 파리 날리던 것과 비교됐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거꾸론가?) 게 이 정부의 스타일이긴 하지만, 낙하산 인사랑 부동산 정책은 다른 거거든요? 아참, 이렇게 해야 진정한 ‘정책 노마드족’으로 유행에 처지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