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이 칼럼은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프레스 티켓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털어놓았었다. 그렇지만 평론가와 기자들의 쟁점은 방정식의 한쪽 변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필자가 자리를 잡고 있는 대만에서는 영화제들이 티켓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프레스 아이디를 더이상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스크린 인터내셔널> 편집장의 지지를 얻어 나는 프레스 아이디 발행을 거부하는 영화제에 대한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이제 대만에 있는 영화제들에선 VIP 패스를 발급받지만 다른 기자들은 이만큼 받쳐주는 편집부가 별로 없어 이 정책은 계속되었다.
아시아의 다른 영화제들은 거만해지고 탐욕스러워지는 것처럼 인식될 위험에 처해 있다. 필자는 매해 모든 아시아영화제에 참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최근 도쿄국제영화제는 프레스와 바이어들에게 특정 섹션만 입장하도록 제한을 두었고 홍콩국제영화제는 홍콩 내 필자들에게 아이디 제공을 거부했다. 싱가포르국제영화제는 언론 시사를 비디오로 상영했으며 방콕국제영화제는 영화평론가들보다 관광 관련 기자를 더 우선시했다.
배급자(바이어)들과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영화산업을 돌아가게 하는 중요한 하나의 윤활제다. 저작권자들이 영화제 상영을 허락하는 이유는 언론매체에 소문을 형성하는 효과 외에도 바이어들이 자신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티켓 할당이 없으면 영화의 잠재적 구매자들은 예약으로 넘쳐나는 비디오 룸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서야 하며, 그마저 사운드트랙, 특수효과, 최종편집 마무리가 없는 ‘러프 컷’ 형태로 비치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필자 또한 영화제 프로그래머이기도 하지만 영화제가 순수한 문화행사라는 통념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본다. 비록 영화제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영화제들은 근본적으로는 관광을 촉진하거나 영화제 설립자들의 자존심(그리고 사회적 지위)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3년 전 프랑스에서 아시아영화를 전문적으로 상영하는 한 영화제는 실제로 6자리 숫자의 높은 가격에 또 다른 단체에 팔렸다.
필자가 소속한 이탈리아의 영화제에서는 상영마다 극장 특별석 섹션에 프레스, 바이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100석 이상을 따로 마련해둔다. 이 영화제는 1300석 규모의 만족스러운 상영관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상영은 만석이며 일반 관객은 영화가 시작할 때 예약된 좌석의 빈자리에 앉을 수 있다. 필자가 참여했던 몇년 동안 영화 시작시 도착한 게스트들 중 어떤 사람도 입장하지 못해 돌아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재정수입보다 접근성을 우선시하는 영화제의 정책이 있는 것이다.영화제 또한 하나의 비즈니스이며, 점진적으로 극장 배급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는 만큼 응당 돈을 지불하거나 그만큼 돈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제 ‘꼭 봐야 할’ 많은 영화들과 그에 따른 국제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있는 한국영화산업은 변화를 선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프레스와 영화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티켓을 턱없이 부족하게 제공하는 영화제들에게는, 프린트 상영료를 부과해야 할 것이다. 티켓 한장당 7달러인 경우 500석 규모 극장은 영화제 티켓 판매에서 3500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것이다. 만약 영화제가 당신 영화를 제대로 홍보하고 판매하는 데 적절한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1750달러의 ‘배급료’를 부과해라. 구매자, 판매자 그리고 그들을 한데 모으는 데 일조하는 사람들 사이 힘의 균형에는 늘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제는 늘 영화를 필요로 하는 반면, 영화가 늘 영화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