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출판된 프레데릭 소이체의 <시네아스트 선언>(Manifeste du cineaste)이라는 책을 둘러싸고 프랑스 영화계에서 뜨거운 논의가 일고 있다. 이 책에서 소이체는 오늘날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에서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1921년 루이스 들뤼크가 영화의 예술성을 정의하면서 탄생한 ‘시네아스트’라는 개념은 1957년 문학작품의 작가나 작곡가와 더불어 작품의 저작권 주체로서 법적 효력을 지니기에 이른다. 특히 1950∼60년대를 지나면서 영화 작품에서 ‘작가’(auteur)라는 미학적 개념이 강화되면서 이 개념은 전성기를 구가한다.
그러나 오늘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어떠한가? 저자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제작자나 스타급 배우들 또는 제작비를 담당하는 TV채널에 의해 오늘날의 영화가 ‘자체검열’(autocensure)을 받고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소이체는 아무런 미학적 고민없이 오로지 특수효과에만 의존하는 할리우드영화가 전세계 영화계를 잠식하고 있으며,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계의 위험한 사탄’(Le grand Satan du cinema mondial)이고 스필버그와 루카스는 ‘추악한 악마’(infames demons)라고 규정한다.
물론 이 책을 통해서 제기되고 있는 논의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화의 태생적 특질인 산업성으로 인해 이러한 논의는 영화 탄생 이후 늘 있어왔다. 하지만 이 책은 오늘날 너무도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대중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이분법적인 구분의 위험을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해주는 선언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영화와 경제논리에 바탕을 둔 제작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대중상업영화가 주류가 되는 것이 위험하다면, 작가의 미학적 고민이 담긴 영화가 ‘게토화’(ghettoisation)되거나 고급문화화되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인 프레데릭 소이체는 주류 상업영화로 설 자리를 잃어가는 아마추어리즘을 지향하는 영화와 그 작업과정을 다룬 <시네아스트>(Cineastes a tout prix)라는 영화를 만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