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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그녀들의 연애사, <러브러브 프라하>
최하나 2006-10-31

거침없는 그녀들의 연애사. 사랑의 굴곡을 넘나드는 유쾌한 수다떨기.

<러브러브 프라하>는 체코의 베스트셀러 소설 <여자들을 위한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2005년 체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자국 내에서 흥행몰이를 한 이 작품은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매진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러브러브 프라하>의 주인공 라우라(주자나 카노츠)는 남다른 외모로 뭇 남성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여자다. 마음 가는 대로 이 남자, 저 남자를 오가던 그녀에게 어느 날 아버지뻘 되는 남자 올리베라(마렉 바슈트)가 나타난다. 라우라는 지적이고 중후한 매력에 반해 올리베라와 관계를 맺지만, 첫날밤을 보낸 뒤 그가 엄마 야나(시모나 스타쇼바)의 옛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러브러브 프라하>는 엄마의 과거 남자가 딸의 연인이 된다는 다소 자극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하나의 설정일 뿐 영화는 세 사람 사이의 갈등을 발전시킨다거나, 묵직한 드라마를 끌어내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 잠시 호들갑을 떠는 듯싶던 야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로운 애인 만들기에 정신이 없고, 라우라 역시 엄마의 옛 남자와 사귄다는 사실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는다. 다소 무신경해 보이는 이들 모녀의 캐릭터를 통해 <러브러브 프라하>가 그려내는 것은 세대를 뛰어넘는, 그녀들의 자유분방한 연애사다. 원하는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선 양다리도 서슴지 않고, 그에 대해 딱히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욕망에 철저히 충실하다. 첫 관계를 앞두고 낭만에 빠져들기보다는 성병에 걸리게 될 가능성을 계산하고, 전화하지 않는 남자의 머리통을 밟아 터뜨리는 상상을 즐기는 등 솔직하고 적나라한 유머 감각은 영화에 독특한 발랄함을 더한다.

시종일관 통통 튀는 가벼움으로 무장한 영화에 현실의 결을 부여하는 것은 남녀의 차이를 응시하는 섬세한 묘사다. 오페라 공연장에 스웨터와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난 남자를 여자는 이해하지 못하고, 욕실을 꽉꽉 메운 여자의 화장품에 기가 질린 남자는 “10cm라도 내달라”며 불평을 내지른다. 이처럼 지극히 사소해 보이지만 동시에 지극히 현실적인 순간들을 통해 영화는 연애의 도정에 존재하는 다양한 난관들을 풍성하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 모든 소동극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 다소 진부하지만 군더더기없는 해피엔딩으로 갈등을 매듭짓는다. <러브러브 프라하>는 적당량의 도발성과 통찰력, 판타지로 빚어진 한바탕 수다와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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