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보약인가, 정부·여당의 생색내기용 정책인가. 문화관광부와 열린우리당 한국영화발전특위(이하 특위)가 10월23일 발표한 ‘한국영화 중장기 발전방안’을 놓고 영화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 발전방안은 다양성 영화 제작지원 및 예술영화관 확보, 영화발전기금 조성과 모태펀드 활용, 문화산업전문회사 활성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 영화인 복지와 전문인력 양성 및 기술력 제고, 디지털 시네마 기반 구축, 해외진출전략센터 설립, 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외국과의 제작협정, 지역 미디어센터 및 국제영화제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다. 특위는 “국고 지원 2천억원, 영화관 입장료 모금 2천억원, 기존 영화진흥금고 1천55억원 등으로 5천억원 규모의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고 기반 시설 건립을 위해 국고 810억원, 지방비 410억원, 기타 1218억원을 포함시켜 총 6403억원의 재원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특히 “입장료의 3~5%를 모금해 2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방안은 주요 멀티플렉스와 제대로 논의되지도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영화진흥금고 외에 소진성 예산을 다수 확보한 일은 고무적이지만 신규 예산의 핵심을 차지하는 입장료 모금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아이필름·마술피리 오기민 대표는 “8월 공청회 내용에서 지원 규모가 늘어나고, 다양성 영화를 위한 전용관 숫자가 100개에서 70개로 줄어든 것 외에는 개선된 부분이 없다. 오히려 장담했던 부율문제는 그대로이고 입장료 모금건은 투자사, 제작사와는 논의하지도 않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영화인들도 영화기금을 제외하면 대부분 영진위가 현재 시행 중인 진흥사업의 나열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영화인들이 기대한 세제 혜택은 8월부터 재경부와 논의 중이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편 “다양성 영화 100편 제작지원, 예술영화관 70개 확보” 계획은 정책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다만 장비 노후, 인건비 문제, 지자체와의 충돌로 고초를 겪는 미디어센터와 운영난에 허덕이는 시네마테크, 아직도 설립되지 않은 독립영화전용관의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발표는 규모에 집착하는 근시안적 정책이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