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M. 슐츠의 만화 <피넛츠>에 등장하는 스누피는 글 쓰는 비글종 강아지다. 개집 지붕 위에 타자기를 놓고 파지를 동그랗게 뭉쳐서 버리는 스누피의 옆모습은 세상 모든 작가의 마스코트다. 떨어지지 않는 첫 문장, 말 안 듣는 캐릭터, 친구들의 신랄한 험담, 출판사의 거절 편지와 싸우며 스누피는 간혹 입꼬리를 당겨 씩 웃는다. 그리고 “레오(톨스토이)의 심정을 알겠군”이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이 책은 여러 유명 작가들이 보내는 “스누피야, 이렇게 써봐”라는 조언이다. 에드 맥베인, 다니엘 스틸, 잭 캔필드, 레이 브래드버리, 엘모어 레너드, 시드니 셀던 등 서른세명의 작가들이 작가가 되려는 사람이 유념해야 할 실용적 요령을 충고했다. 각각의 글은 문학론이나 미학을 피력하는 무거운 에세이가 아니라, ‘대화에 녹여내라’, ‘연애소설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법’, ‘독자가 건너뛰고 읽을 부분은 아예 쓰지 마라’ 같은 포인트를 지적한다. 제목을 내심 정해두지 않으면 책을 쓸 수 없다는 에드 맥베인은 컴퓨터로 제목을 다양한 서체와 색깔로 프린트해두는 습관을 털어놓는다. 말 많은 소설을 쓰는 엘모어 레너드는 첫 장면에서 캐릭터들에게 ‘오디션’을 치르게 해 언변을 가늠한 뒤 비중을 정한다고 말한다. 모든 생생한 경험담과 다정한 조언은 해당 글과 연관된 스누피의 고민이 담긴 <피넛츠>의 에피소드와 연달아 편집됐다. 예컨대 루시가 “모든 이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라”고 권하면 스누피는 쓴다. “고양이, 방을 나가다.” 만화가 사랑스러운 나머지 작가들의 글을 설렁설렁 건너뛰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한다. 찰스 M. 슐츠의 아들이자 소설가인 몬티 슐츠와 오 헨리 단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바나비 콘라드가 함께 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