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은 “나이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했다”는 지당하신 말씀을 한 바 있다(제게도 조금만 더 열어주시면…). 술자리에서 말 많은 상사는 지겹지만, 말 많고 술값 안 내는 상사는 끔찍하다. 북·미 직접 대화를 한사코 거부하는 미국을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북한 돈줄을 콱 틀어쥐고는 갖다붙이듯 개성공단이 문제네, 금강산관광이 문제네 떠든다.
문제는 ‘선생님’ 말씀대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 대통령도 되고, 남북정상회담도 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분이 뭐가 아쉬워 노구를 이끌고 강의며 인터뷰를 닥치는 대로 하고 다니시겠나. 미국 고위급 인사를 북한에 보내고 북-미 직접대화를 해서 ‘핵포기-안전보장’을 주고받기식으로 협상해야 한다는 게 요지이다. “대화는 악마와도 하는 것”이라고 또박또박 일러준다. 1994년에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대북특사로 콕 짚어 북-미 제네바합의를 이끌어내게 했듯이, 이번에는 제임스 베이커 전 미국 국무장관을 특사감으로 지목했다. 재임기간 가장 적은 국방비 증액(3.5%)을 한 분의 말씀이기도 하다(참고로 박통 땐 연평균 42.4%, 전·노는 각각 11.3%·12.1%, 문민정부는 10.4%,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8.3%인데, ‘북핵 대목’을 맞아 왕창 올리자고 난리다).
햇볕정책을 계승했다는 참여정부의 수장이 북한 핵실험 직후 “포용정책을 이어가기 어렵지 않느냐”고 성급하게 말할 때 무서웠다. 이 우물물 절대 마시나봐라 침뱉고 돌아서면 언젠가 그 물 마셔야 하는 순간이 꼭 온다.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도, 군사위원회 회의에서도 온통 제재와 압박, 위험천만한 핵우산 강화론뿐이다(그 우산이라는 것이 진짜 핵을 안 맞게 하는 게 아니라 ‘쏘면 쏜다’ 식으로 핵을 전진배치시켜, 말하자면 한반도를 핵바다로 만들자는 거다). 남북의 지속 가능한 정책은 고사하고 지탱 가능한 정책이라도 갖고 있나? 창발적인 답을 못 내놓을 거면 선생님이 알려주신 모범답안이라도 쓰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