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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영화를 자유롭게, 마음껏 보고 싶다!

11주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정말 갖춰야 할 것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10월 중순은 곧 부산국제영화제다. 필자는 다시 해운대의 같은 호텔, 거의 같은 방에 묵고 있으며, 엘리베이터도 변함없이 느리다. 그런데 무언가가 변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한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 베테랑 동료 중 한 사람이 와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부산은 더이상 우리만의 비밀이 아닌 거 알지?”라며 말하던 것이 생각난다. 같은 열혈 집단이 남포동 식당에 몰려 앉아 있거나 코모도호텔의 바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한국영화의 발견에 대한 소식을 서구로 다시 가져가던 때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남한영화의 국제적 위상은 이제 영원히 바뀌었으며 부산국제영화제도 그렇다.

그러나 부산영화제가 십대에 들어서는 성숙함과 더불어 새로운 책임들이 생겨난다. 그중 언론에 대한 대우가 적지 않은 책임이다. 부산영화제는 여러 전선에서 서구영화제 아이디어들을 모방하고 재빠르게 부산의 구조에 그것들을 흡수시켰다. 예를 들어 PPP, 파빌롱, 탤런트 캠퍼스, 그리고 이제 마켓까지 있다. 그러나 언론, 특히 영화를 보러 오는 언론인들에 대한 부산의 서비스는 여전히 유아기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의 훌륭한 영화제는 작품 선정과 영화제 위치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대중에게 소문을 내주는 기자들과 오랜 관계를 맺어 왕성한다. 그렇지만 부산영화제는 다르다. 부산의 언론 담당은 한번 일하고 나서 그 다음해에 머무는 적이 드물다. 그래서 매번 다음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린 학습과정을 겪는다. 한마디로 연속성이 없다. 그리고 언론 담당들은 과도하게 관료주의적인 시스템과 영화제 서열 조직에서 선임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제한받는다.

부산만한 규모와 중요성을 갖춘 영화제 중에 그저 영화를 챙겨보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데는 찾아보기 어렵다(뭐, 도쿄영화제를 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또 다른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이 수년간 불만을 토로해왔지만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인데, 영화제에 프레스 스크리닝이 몇개 안 돼 기자들이 대부분 광대한 양의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일반상영 티켓을 구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티켓은 하루 전에만 접수 가능하여 매일 아침 티케팅 데스크에 줄을 서야만 한다.

몇몇 다른 영화제도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프레스 티켓은 많이 얻을 수 있게 마련해둔다. 그러나 부산영화제에서는 프레스 할당량이 몇분 만에 다 떨어지고 말 정도다. 심지어 영화제 초청으로 비행기 타고 와서 무료로 호텔을 제공받은 언론인들은 자기 할 일, 즉 영화를 보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산은 지금 거의 세계 어느 영화제 못지않게 많은 상영관을 사용하고 있다(올해는 31개관을 보유했고, 그중 해운대에 27개관이 있다). 이런 문제는 토론토영화제 모델을 도입하여 서로 인접한 상영관을 (예를 들어 메가박스에) 언론시사 전용관으로 만들어서 티켓에 대한 수요를 줄여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호텔이냐, 음식이냐, 교통이냐- 물으면 필자는 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답한다. 부산영화제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융통성도 없다. 모든 영화제에서 많은 스카우트들과 언론인들은 ‘나비’처럼 이 영화에서 저 영화로 옮겨다니길 선호한다. 그런데 부산에서는 일반상영이 시작하면 입장이 전혀 불가하다(심지어 몇몇 동료들은 상영 시작하고 나서 몇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해서 자원봉사자들이 물리적으로 제재를 가하기까지 했다. 그 결과, 그 영화에 대한 기사가 나올 수가 없었다).

연륜이 쌓이면 보통 융통성이 생기고, 관료주의라는 것이 시스템을 받쳐줘야지, 그 반대가 돼선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것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쉽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이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해로운 나쁜 감정들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번역 조혜영